1912년 동아시아는 격동의 역사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1월1일 중화민국의 설립 선포가 파란 많은 한 해의 시작을 알렸다. 동아시아 최초의 공화정인 중화민국 건국은 수 천 년 왕정 체제의 종식을 공식적으로 알린 일대 사건이었다. ‘중국의 국부’ 쑨원이 권력의 정점인 임시 대총통 자리에 올랐으나 청조 타도를 위해 손 잡은 위안스카이에게 곧 권좌를 넘겨야만 했다. 중화민국은 청조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하지만 국민당과 공산당의 갈등 등으로 얼룩진 역사를 이어가게 된다.
같은 해 7월 30일 일본에서는 근대화와 제국주의의 상징이었던 메이지 천황이 세상을 뜨고 다이쇼 천황이 즉위하면서 ‘다이쇼 민주주의’ 시대가 개막했다. 러일전쟁과 청일전쟁, 한일 강제합병 등을 거치며 일본을 군국주의로 이끈 절대 군주 메이지와 달리 다이쇼는 병약하고 존재감이 거의 없는 천황이었으나, 역설적으로 열도에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바람을 불렀다. 정당과 내각이 등장하고 보통선거가 실시되는 등 다이쇼 시대는 일본에 근대적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린 시기로 평가 받는다.
1912년은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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