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음악을 좋아했던 아들을 기리는 의미로 탄자니아 킬리만자로에 음악학교를 세우고 싶습니다.”
햇수로 2년이 지났지만 부모는 아들을 떠나 보내지 못한 듯 했다. 2010년 탄자니아 오지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불의의 사고로 숨진 이용준(당시 24)씨의 부모 이철원(55), 임난숙(54)씨는 1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제 몸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출국하던 용준이의 마지막 뒷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엔 아들의 뜻을 이어 아프리카 아이들을 본격적으로 도울 생각”이라고 전했다.
서울대 건축학과 2006학번인 이씨는 재작년 7월 킬리만자로 보마 응옴베 마을에 지을 중고교 설계도를 완성하기 위해 자신이 소속된 기독교 선교단체 회원들과 함께 아프리카로 향했다. 탄자니아행은 대학 1학년 여름방학 이후 다섯 번째였으며, 그 동안 우물 파기, 태양광 발전판 설치, 유치원생 교육, 초등학교 식당 설계 등의 봉사 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이씨를 아들처럼 여기는 현지 마을 족장은‘바바(아버지) 용준’을 자청했다. 원주민들의 신망도 그만큼 두터웠다.
하지만 이씨에게 뜻하지 않은 불행이 들이닥쳤다. 탄자니아에 머문 지 한달째 되던 날 탕가 해변에서 해수욕을 하던 중 심장마비로 숨졌고, 생전에 애정을 쏟았던 보마 응옴베 마을에 영원히 묻혔다. 유족들은 유해를 화장한 뒤 한국으로 가져오려고 했지만, “내가 잘 돌봐주겠다”는 ‘바바 용준’의 만류를 받아들였다.
유족들은 지난 달 10일 이씨의 생일을 맞아 탄자니아에 다녀 왔다. 장례식 이후 처음이었다.‘바바 용준’의 약속대로 현지인들이 정성스럽게 돌본 무덤 앞에서 부모는 “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프리카 음악을 유독 즐겼던 아들을 떠올리며 “현지에 음악학교를 세우자”는 생각을 굳혔다. 고인의 어머니 임씨는 “아들의 장례식에서 들었던 현지인들의 음악과 거기 담긴 마음이 잊혀지지 않았다. 이렇게 음악적 가능성이 풍부한 곳인데 현지 학생들이 제대로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 하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씨의 부모는 현지 한국인 선교사의 교육 사업에 힘을 보태면서 학교를 세울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임씨는 “뜻을 함께 할 사람들을 찾아 아들의 유지를 이어가는 것이 새해 소망”이라고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 말 인종을 초월한 봉사정신을 높이 사 이씨에게‘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여했다. 서울대는 지난해 초 명예졸업장을 줬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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