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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소설 - '고열' 정경윤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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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소설 - '고열' 정경윤 당선소감

입력
2011.12.3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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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소식을 듣고 눈 오는 모습을 본다. 악한 사람이 찢어발긴 뒤 뿌리는 백지 쪼가리처럼 눈송이들이 얼굴로 날아든다. 눈이 이렇게 오다니, 즐겁다. 내가 못 견디는 백 만 가지 중에 1번은 뭐니 뭐니 해도, 착한 것(다음은 우산 뒤집히는 것, 다음은 닭벼슬의 감촉……). 눈을 맞으며 오랜만에 착해지려는 나를 들여다보며 좀 놀랍다. 열 살 때 생각이 난다. 백 원을 내고 스프링 목마의 좁은 허공을 오르내리며 '아 정말 지겨워서 못살겠다'라고 생각한 뒤로, 쭉 그렇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30분 보너스에 시달리고 나서야 목마에서 내린 나를 조용히 쓰레기 태우는 공터로 데려갔던 건달 오빠. 건달 오빠가 늘어진 추리닝 바지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줬던 휴대용 칼을 잊을 수 없다. 작은 검정 버튼을 눌렀을 때 튀어나오던 그 화려한 섬광. 아직까지 누구도 나에게 그런 희망을 선물해주진 못한다.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 나의 엄마이자 아빠, 스승이자 애인, 그리고 친구. 모든 역할을 혼자 해내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 남자 분께도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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