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목화레퍼토리컴퍼니의 '천년의 수인/ 오태석 작ㆍ연출'.
아무래도 이거 같습니다. 희곡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 이유 말입니다. 극장에서 관람한 것도 아닙니다. 출간되기 일년 여 전 일이었으니 당시 전 책으로도 접할 수 없었던 작품입니다. 대학시절 시청각 자료실에 이 작품이 있길래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그 뒤 자료실에서 살았습니다. 작품에 쏙 빠졌습니다. 강의까지 땡땡이치고 자료실에서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가며 필사를 하곤 했습니다. 진짜 끝내 줬습니다. 수십 번 보면서도 낄낄거리다가 결국 남몰래 숨죽여 눈물을 훔치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때 그 자리 그 어두운 시청각 자료실에서 세상 모든 게 불만투성이었던 냉소적인 그 때의 나, 그 녀석에게 다가가 이제 그만 악수를 청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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