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의 무장에 나섰다. 모두 이란의 인접국들로 미국은 이를 통해 이란을 견제할 계획이다.
미 백악관은 사우디와 신형 F-15 전투기를 포함, 약 300억달러 규모의 군사 판매계약을 체결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계약에는 최신예 F-15SA 전투기 84대의 판매와 사우디가 보유한 F-15 70대의 성능 개선이 포함됐다. AP통신은 페르시아만에서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정책 재조정 노력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이라크에도 110억달러어치 무기판매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판매 품목에는 F-16 전투기와 M1A1 탱크, 야포 등 공격형 무기가 포함돼 있다. 역시 이라크와 국경을 마주한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막고 이라크 내 미국 입지를 넓히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에 인접한 UAE와도 35억달러 규모의 미사일 요격 시스템 판매 계약을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의 첨단 고고도방어체계(THAAD) 수출은 UAE가 처음이다. THAAD는 미사일이 대기권에 진입했을 때 요격하는 시스템으로, 미 정부는 이란 중장거리 미사일에 대항하기 위해 THAAD의 중동지역 배치를 서둘러왔다.
미국의 이번 무기수출은 핵개발을 계속하는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으로 긴장이 높아진 시점에 발표됐다. 그래서 이란에 대한 미 정부의 경고란 해석이 나온다. 앤드루 샤피로 미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는 사우디 무기 수출에 대해 "사우디가 직면한 위협 중 하나가 이란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무기판매에 앞서 주변국들의 군사적 균형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게 보통이다. 사우디와 맺은 판매계약만 해도 미국 의회가 이스라엘의 지역 내 군사력 우위를 깨뜨릴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아랍국가들이 이란의 위협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무기수출이 성사됐다. 수니파의 맏형 격인 사우디는 시아파의 본거지 이란과 지역 패권 다툼을 하고 있다. UAE에 THAAD를 수출하기로 한 결정도 2008년 9월 미 의회에 승인 요청이 넘어간 지 3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동맹국 사우디에는 첨단무기를, 이라크에는 20~30년 된 전투기와 전차를 수출키로 한 것에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무기 수출로 동맹국을 통한 지역안정 확보와 경제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는 결과를 얻게 됐다. 백악관은 이번에 사우디와 한 계약으로 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연 35억달러의 경제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계산했다.
그러나 미국의 무기수출이 늘 좋은 결과를 냈던 것은 아니다.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지원했다가 나중에는 이라크와 전쟁한 적도 있다. 이번 이라크 무기판매만 해도 시아파가 다수인 이라크 정부가 이란과 협력을 강화할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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