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34)씨는 2007년 9월 중국펀드에 1,600만원을 부었다. 4년이 넘어섰지만 원금에서 481만원(-30.17%)이 사라졌다. 쓴 맛을 본 김씨는 이후 여윳돈이 생기면 머니마켓펀드(MMF)와 1년 만기 예금에 예치하고 있다. 그는 "장기 투자하면 은행 이자보다는 나을 줄 알았던 펀드가 올해만 20% 가까이 빠졌다"며 "손에 쥐는 돈은 적어도 이자가 보장된 예금이 속 편하다"고 말했다.
투자상품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저마다 높은 수익률을 장담하지만, '고위험-고수익'법칙은 항상 '고위험'만 현실이 되고 '고수익'은 딴사람 몫이다. 특히 올해는 유럽 재정위기, 미국 경기둔화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등 북한 변수가 겹친 내우외환 형국이었다. 위험만 잔뜩 떠안고 손해가 났을 확률이 높다. 내년도 올해를 짓눌렀던 이슈들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올 한해 각종 투자상품의 성적표를 따져보면 새해 재테크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 투자상품들의 올해 수익률은 '쥐꼬리'라 무시하던 은행 예금이자(1년 만기 3.8%)만도 못했다. 29일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26일 기준 펀드들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국내 해외 가릴 것 없이 거의 다 마이너스였다.
특히 해외주식형펀드는 평균 20.72%나 빠져 최악의 성적이다. 한때 각광받던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관련 펀드는 대부분 20% 이상 빠졌고, 인도펀드는 30%나 추락했다. 국내주식형펀드는 평균 -11.18%로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코스피지수 하락률(-9.47%)과 단순 비교하면 차라리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게 나았을 수도 있다.
그나마 예금 이자를 상회한 수익률을 거둔 것은 국내채권형펀드(4.5%) 회사채(4.6%) 같은 채권관련 상품과 오피스텔 등 부동산 임대(4.64%)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저축은행 1년 만기 예금 금리(4.59%)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펀드 중 국내혼합형펀드(-2.41%)가 다른 펀드 수익률을 추월한 것도 주식에 채권을 얹은 투자방식 덕이다. 브라질 같은 신흥국 국채에 투자하는 이머징하이일드채권 수익률은 9%로 군계일학이었으나, 투자 단위(5,000만원 이상)가 높아 일반인은 거의 가입하지 않는 상품이다.
역시 금이 가장 빛났다. 금은 최근 세달 간 하락에도 불구하고 연초대비 수익률이 11.95%로 가장 높았다. 금은 최근 5년간 연초대비 수익률이 한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늘 것으로 보여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면서도 "금은 국제적으로 소수가 가격을 좌지우지해 추가하락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반면 금의 투자대안으로 거론되던 은(銀)은 마이너스로 전락했다.
올해 성적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2012년의 유망 상품으로 예금을 추천하지 않았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단기위험을 피하는 예금보다 위험을 떠안으면서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WM(웰스매니지먼트)컨설팅부장은 "내년 한해 코스피지수가 상저하고(上底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0~15% 수익이 전망되는 국내주식형펀드가 무난하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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