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의 분위기는 '박근혜 비상대책위'발(發) 쇄신 발언을 놓고 벌집을 쑤신 듯 했다. 일부 비대위원들이 친이계 핵심 인사 퇴진론을 제기한 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까지 정조준하자 상당수 친이계 의원들은 "비대위가 5공화국 국보위냐" "자신의 경력에 문제가 있음에도 점령군처럼 칼자루를 휘두르는 비대위원을 바꿔야 한다" 등의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일부 의원들은 "비대위가 '내쫓는 모드'를 유도하고 있는데 어디 한번 당을 깨보자는 것이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친이계 조해진 의원은 "과거 총선 때마다 나온 '인적 청산' 메시지를 ('외부 비대위원'으로) 메신저만 바꿔 똑같이 반복하면 당내 권력투쟁만 촉발할 우려가 있다"며 "외부위원이면 재탕삼탕식 아이디어 대신 진일보한 쇄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은 트위터 등을 통해 '실세 용퇴론'을 제기한 이상돈 비대위원 등에 대한 박 위원장의 '엄중 경고'를 요구했다.
일부 의원들은 비대위원 발언과 관련 "박 위원장과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한 친이계 의원은 "당내 유력 인사들을 다 내쫓고 박 위원장 혼자 다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위원장과 일부 비대위원의 친분을 거론하며 "내부 친박도 모자라 외부 친박까지 끌어다 '박근혜 1인체제'로 가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친이계 김영우 의원은 비대위의 이 대통령에 대한 각 세우기와 관련, "대통령을 정면 공격해서 정권 재창출을 하겠다, 총선에서 살아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구태"라고 날을 세웠다. 한 친이계 의원은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면서도 "무조건 정부를 배척하고 대통령을 때려서 코너로 몰고 가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일부 비대위원들의 '전력'에 대한 공세도 본격화되고 있다. 전여옥 의원은 동화은행 뇌물 사건에 연루됐던 김종인 비대위원을 겨냥해 "전과자가 우리에게 쇄신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직격탄을 쏘았다. 한 친이계 의원은 "김 위원은 비례대표 의원을 해보겠다고 당을 네 번 바꾼 철새로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내부 누수 사고 가능성을 제기한 이상돈 비대위원에 대해서도 "전력 자체가 문제되는 사람에게 전권을 휘두르게 하는 것이 정상적인 당이냐"며 교체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따라 내홍이 더 증폭될 경우 한나라당이 '두 나라'로 쪼개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왔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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