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1급 직위에 3급 공무원을 발령하고, 구청과의 인사교류를 대폭 확대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29일 현재 4급인 승진 예정자를 그간 1급이 맡아온 자리에 발령해 '파격을 넘어서는 사실상 3계급 특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3급 이상 공무원 61명에 대한 승진ㆍ전보인사를 내년 1월 1일자로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송년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고생한 1급 공무원들이 물러나는 것은 가슴 아프지만 그간 외곽에서 소외됐던 사람들과 젊은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우선 인사 규모가 크다. 시는 3급 이상 일반직 보직 40개 중 34개를 교체했다. 이동이 없는 간부는 박 시장 취임 후 임명된 류경기 대변인, 조직개편에 따라 푸른도시국에서 명칭이 바뀐 공원녹지국의 최광빈 국장 등이다. 지난주 사퇴 요청을 받은 1급 간부 5명은 물러났고 1급 중 유일하게 남은 장정우 도시교통본부장은 시의회 사무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 관계자는 "간부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바뀌는 것은 민선 시장이 들어선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꺼번에 1급이 물러난 자리에는 예상을 깬 발탁 인사가 이뤄졌다. 1급 직위인 주택정책실장에는 이건기 주택기획관이 3급 승진과 함께 발령됐다. 이 내정자는 7급 공채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1급 직위에 발탁됐는데 4급에서 1급 직위로 수직 상승한 셈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 내정자는 이미 지난해 말 승진 대상자가 돼 3급 직위인 국장을 맡아왔고, 비슷한 승진 전례도 있다"고 해명했다. 역시 1급 직위인 도시안전실장에는 3급인 김병하 도시계획국장이 임명됐다. 이들을 포함 1~4급 20명이 승진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시 관계자는 "일단 직무대리로 일을 시작하고 내달 중순 이후 승진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구의 부구청장들이 시청의 주요 보직에 대거 등용됐다. 박 시장이 중점 추진하는 복지정책을 책임지는 복지건강실장에는 김경호 구로구 부구청장이 기용됐고, 도시교통본부장에는 윤준병 관악구 부구청장이 발탁됐다. 또 시민소통기획관에는 안준호 금천구 부구청장이, 도시계획국 지역균형정책관에는 남원준 영등포구 부구청장이 각각 임명됐다.
반면 이정관 복지건강본부장은 강서구 부구청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본청 간부 7명이 자치구 부구청장 발령을 받았다. 시 관계자는 "인력풀을 늘리고 자치구에서의 현장 경험을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인사 범위를 넓혔다"며 "앞으로 교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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