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9세인 A씨는 지난 5월 폐암 진단을 받았다. 암은 이미 4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다섯 달 뒤인 지난 10월, 그의 상태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종양표지자 검사 결과, 600이었던 수치가 50으로 뚝 떨어졌다. 뇌 등으로 전이됐던 종양은 방사선 치료로 해결했다. 불과 5개월 만에 그의 상태가 이처럼 호전된 이유는 표적 항암치료제(표적치료제)의 효과가 컸다. A씨의 딸은 "아버지는 다행히 표적치료제인 '이레사'가 맞는 경우였다. 이제는 회사 복귀도 앞뒀을 만큼 상태가 호전되셨다"며 인터넷 암환자 가족 커뮤니티에 기쁨의 글을 올렸다.
2000년 이후 잇따른 표적치료제 등 신약 개발과 조기 암진단으로 암환자의 생존율이 꾸준히 상승, 5년 생존율이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29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는 2005~2009년 발생한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62%에 달했다고 밝혔다. 암 환자 10명 중 6명은 5년 이상 생존한다는 얘기다. 암은 보통 치료 후 2년에서 5년 사이에 재발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의학계는 5년 생존율을 완치율로 보고 있다.
이는 2004~2008년 발생한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인 59.5%보다 높아진 수치다. 2000~2004년 생존율(50.8%)과 비교하면 11.2%포인트, 1993~1995년(41.2%)에 비해선 약 21%포인트나 높아졌다. 정부는 2015년까지 암생존율을 67%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잡고 있는데 이런 추이라면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특히 여성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처음으로 70%를 넘겼다.
박소희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부장은 "건강검진 등으로 미리 암을 발견해 조기에 치료하는 환자가 많아졌고, 표적치료제 등 신약이나 신종 치료법의 효과도 있어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암 종류별 5년 생존율은 갑상선암이 99.7%로 가장 높았고, 대장암(71.3%)과 위암(65.3%)이 뒤따랐다. 반면 췌장암(8.0%), 폐암(19.0%), 간암(25.1%) 등은 낮은 수준이었다.
2000~2009년 암을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 지난 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살아있는 사람의 숫자는 80만8,503명이었다. 중앙암등록본부는 "전체 인구(2009년 4,965만6,767명)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60명당 1명꼴로 암치료를 끝냈거나 치료를 받으며 생존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국민이 평균수명(81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2%로 나타났다. 성별로 따져보면 남성이 5명 가운데 2명, 여성은 3명 가운데 1명꼴로 암에 걸린다.
암 종류별로 나눈 평생 발병 확률은 남성의 경우 ▦위암 9.1% ▦폐암 7.3% ▦대장암 7.0% ▦간암 5.1% ▦전립선암 4.2% 등의 순이었고, 여성은 ▦갑상선암 7.9% ▦대장암 5.0% ▦위암 4.8% ▦유방암 4.2% ▦폐암 3.2% 등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걸린 암은 2009년을 기준으로 남성은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 전립선암, 여성은 갑상선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폐암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5대 암이 전체 암 발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이진수 국림암센터 원장은 "암 발생율과 생존율이 증가했다는 건 암 유병자도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2차 암에 대한 조기검진, 위 절제술 후 영양관리 등 의료서비스문제, 암 후유증에 대한 건강보험 산정특례 확대 등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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