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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대구 고니 계란찜·복어살 샐러드… 식탁에 겨울 바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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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대구 고니 계란찜·복어살 샐러드… 식탁에 겨울 바다를

입력
2011.12.2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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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법 중엔 제철음식 섭취가 빠지지 않는다. 맛과 영양은 가장 좋을 때이면서 수확량이 많아 가격까지 저렴하기 때문이다. 겨울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도 마찬가지다. 지구 온난화로 겨울 어획량이 예전 같지 않아 가격은 올랐지만 매년 날씨가 추워지면 향긋한 겨울바다 내음을 코와 혀가 먼저 기억해내는 건 어쩔 수 없다.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겨울 진미로 대구, 복어, 굴, 매생이 등이 있다. 깔깔한 입맛을 깨우고 밋밋한 겨울 식탁에 싱그런 생명을 베푸는 먹을거리들이다.

겨울 바다를 식탁에 올리는 방법도 흔한 조리법 말고 새롭게 해보면 새 맛이 날 터.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 조리팀이 한국일보 독자들을 위해 한식과 일식을 조합한 새로운 요리를 제안했다. 아리아께 쉐프 송웅식씨는 "기본 재료의 향미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한국인 입맛에 낯설지 않게 조리법에 약간의 변화만 줬다"고 설명했다.

# 굴

가을이 한창인 10월부터 봄이 시작되는 3,4월까지 싱싱한 굴은 '바다의 우유'라 불리며 대표적인 겨울철 보양식으로 꼽혀왔다. 신선한 생굴은 초고추장에 찍어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굴국, 튀김, 무침, 국밥 등 어떻게 먹어도 입안 가득 향긋한 바다 내음을 풀어 놓는다.

이맘때 일본 서부 히로시마현에서는 샤브샤브처럼 즉석에서 끓여 먹는 굴된장냄비를 많이 먹는다. 이 요리는 된장을 냄비 가장자리에 발라 뒀다가 조금씩 풀어 넣는 게 특징. 가쓰오부시를 우린 육수에 야채와 굴을 넣어 끓이면서 먹다가 나중에 된장을 푼다. 처음부터 굴과 된장을 한데 섞으면 굴 본연의 맛을 잃기 때문에 시차를 두어 따로 넣는 것이다. 덕분에 굴의 개운한 맛과 된장의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돌솥에 굴을 푸짐하게 올려 지은 밥을 양념장에 비벼먹는 굴밥은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굴 요리 중 하나다. 굴만 넣기도 하고, 굴과 향이 잘 어우러지는 생강즙 혹은 채 썬 생강을 넣기도 한다. 송 쉐프는 어머니가 해주시던 무밥을 응용한 굴밥을 제안했다. 굴에 무의 단맛을 더해 한층 향긋하고 영양도 풍부한 요리다. 겨울 무는 보약이다. 허한 기운을 보해주고 성질이 따뜻하며 해독 기능도 뛰어나다. 위장병이 있는 사람에게 좋고, 기침과 가래를 삭혀줘 겨울철 감기 환자에게도 효능이 있다.

굴은 형태가 온전하고 잿빛을 띤 것을 고르면 된다. 봄 벚꽃 철의 굴은 산란기를 맞아 빛깔이 하얘진다. 송 쉐프는 "산란기가 아닌 겨울에 흰빛을 띠는 굴은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굴을 무즙에 헹구면 이물질이 모두 무즙에 묻어 나온다"고 요긴한 팁도 알려줬다.

# 매생이

전남의 해안 마을에서 매생이국은 '미운 사위국'이라고 불린다. 맑은 매생이국이 시원해 보인다고 훌훌 마시다간 딸 속 상하게 하는 사위마냥 입천장을 다 델 수 있어서다. 녹조류 해초인 매생이는 유독 올이 가늘어 불에 뜨겁게 데워도 김이 안 나기 때문에 뜨거운 줄 모르고 삼켰다가 깜짝 놀라는 수가 있다.

남해 청정지역에서만 나는 매생이는 몇 년 전부터 참살이 바람을 타고 전국에 알려졌다. 원기회복은 물론 간과 피부 미용에도 좋다고 한다. 굴과 잘 어울려 굴매생이국이 가장 흔한 조리법인데, 송 쉐프는 남해에서 나는 전복과 제주 성게알과도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매생이전복성게구이를 만들었다. 송 쉐프는 "사케 안주로도 좋은 요리"라며, "전복과 성게알은 평소 다른 요리에도 자주 사용할 정도로 궁합이 잘 맞고 매생이의 강한 향과 성게알 특유의 향도 서로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요리로는 굴과 매생이에 날치알을 더한 알밥을 선보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돌솥에 매생이와 굴이 어우러져 향긋하니 깊은 맛이 나고 톡톡 씹히는 날치알이 재미를 더해 알밥을 즐기는 여성들 입맛에 잘 맞을 것 같다.

매생이를 구입할 때는 윤기 나는 짙은 초록색이면 좋다. 조리 전에는 이물질을 따로 골라낼 것 없이 깨끗한 물에 몇 번 헹궈내면 된다.

# 대구

대구는 날씨가 추워지면 산란을 위해 경남 진해로 내려온다. 영양을 비축해야 하는 산란기의 대구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상태. 대구는 담백한 맛도 좋지만 버릴 것이 없어 '바다의 황소'로 불린다. 전, 탕, 구이, 조림으로 먹고, 아가미나 알, 내장, 고니로 젓갈을 만드는 등 조리 방법도 다양하다. 머리로는 매콤하게 뽈찜을 해먹기도 한다.

송 쉐프는 대구의 삼삼한 맛을 살린 일본식 대구산마찜을 준비했다. 산마를 갈아 대구에올려서 찐 다음 그 위에 차소바와 간장과 버섯으로 만든 소스를 얹었다. 갈은 마는 찌면 떡처럼 진득해지는데, 대구의 부드러운 살과 쫀득한 차소바와 함께 먹으면 색다른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대구 본래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소스는 맛이 강하?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고니계란찜은 찜통에 찌는 일본식이 아니고 가스렌지 약불에서 끓이는 한국식 계란찜이다. 고니 일부는 삶아서 으깨어 계란찜에 넣고, 일부는 따로 구워서 계란찜에 고명으로 올리고 대구알을 살살 뿌리는데, 향이 고소하다.

대구고니는 스태미너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영양가가 높은 편은 아니다. 다만 희소가치가 있어 미식가들에게는 진미로 통하는 부위다.

보통 생선을 고를 때 눈과 형태를 살피는 것처럼 대구 역시 눈이 맑고 투명한지, 배 부분이 단단한지 살펴본다. 아가미를 들췄을 때 선홍색을 띠면 싱싱한 것이다.

# 복어

복어는 독이 있는 생선이라 집에서 요리하기를 꺼리기도 한다. 내장이나 아가미, 눈, 피 등을 제외하고 살만 먹으면 괜찮다지만, 아무래도 걱정스럽다. 수산시장에 가면 독을 제거하고 손질한 복어를 파니, 이것을 사다 쓰는 것이 안전하고 편하다. 복어 독을 제거하는 일은 자격증 있는 요리사만 할 수 있게 돼 있다.

복어는 대개 생선회나 매운탕, 튀김, 지리 등으로 많이 먹지만 송 쉐프는 복어살만으로 갈비양념구이와 샐러드를 요리했다. 송 쉐프는 "달콤한 갈비 양념에 복어를 재서 숯불에 구우면 갈비살보다 부드러우면서 복어의 담백한 맛도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복어살 샐러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구절판처럼 여러 채소와 함께 먹을 수 있게 했는데, 소스는 보통 복어를 찍어먹는 것과 크게 달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복어 갈비양념구이를 맛보고 싶다면 서울신라호텔의 일식당 아리아께로 가면 된다. 자연산 복으로 요리한 복어 갈비양념구이를 비롯해 복 껍질 초무침, 복어 회와 튀김, 복 지리 등을 선보인다.

■ 레시피

레시피 제공: 서울신라호텔 아리아께

◆굴밥(2인분)

재료

쌀150g, 가쓰오부시 육수 150cc, 무20g, 굴 20g, 간장 약간

만드는 법

1. 굴은 살짝 데쳐서 식힌다.

2. 가쓰오부시로 육수를 우려낸 뒤 입맛에 따라 간장을 조금 넣는다.

3. 깨끗이 씻어 놓은 쌀에 채 썬 무와 데친 굴을 얹고 가쓰오부시 육수를 부어 밥을 짓는다. 굴밥은 돌솥에 지어야 맛있다.

◆굴 된장 냄비(1인분)

재료

굴 10g, 일본식 된장 20g, 애호박, 황금팽이버섯 각각 2g, 부추 양파 대파 각 3g, 표고버섯 한 개, 유자채 3g, 가쓰오부시 육수

만드는 법

1. 야채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굴과 함께 냄비에 넣고 가쓰오부시 육수를 붓는다.

2. 냄비 가장자리에 된장을 발라 1의 재료와 육수를 끓인다. 굴과 야채를 건져 먹다가 가장자리에 발라둔 된장을 조금씩 풀어가며 된장냄비의 맛을 즐긴다.

*가쓰오부시 육수 만드는 법

다시마를 찬 물에 넣어 끓이다가 기포가 나면 빼내고,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를 넣고 한 소큼 끓여서 식힌다.

◆매생이 전복 성게 구이(1인분)

재료

전복 100g, 성게알 10g, 매생이 20g, 간장 약간

만드는 법

1. 얇게 저민 전복과 성게알에 간장을 약간 넣어 프라이팬에 볶는다.

2. 매생이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헹군다.

3. 볶은 전복과 성게알을 전복 껍질 안에 넣고 손질한 매생이를 올려 180도에 맞춘 오븐에 10분간 굽는다.

◆매생이 돌솥밥(1인분)

재료

쌀 200g, 날치알 15g, 굴 30g, 매생이 10g

만드는 법

1.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놓는다.

2. 굴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식혀 놓고, 매생이는 물에 헹궈 깨끗이 씻는다.

3. 밥에 굴과 매생이를 올리고 날치알을 뿌려 돌솥이 뜨거워질 때까지 달군다.

◆대구고니 계란찜(1인분)

재료

대구고니(이리) 10g, 대구알 5g, 계란 3개, 가쓰오부시 육수100ml

만드는 법

1. 고니의 절반은 10분 정도 삶아 으깨어 가쓰오부시 육수 계란물에 넣고, 나머지 반은 팬에 굽는다.

2. 한식 계란찜을 할 때처럼 약불에 끓여서 익힌다.

3. 구워낸 대구고니를 완성된 계란찜에 올리고 대구알을 살짝 뿌려준 다음 다시 한번 뜸을 들인다.

◆대구 산마찜(1인분)

재료

대구살 70g, 산마 20g, 차소바 15g(녹차가루가 들어간 메밀면), 나메코버섯(일본산 버섯으로 표면에 미끌미끌한 점액질이 있음), 전분과 간장 조금

만드는 법

1. 산마를 갈아 소금을 뿌려둔 대구살에 올려 20분간 찜통에 찐다.

2. 차소바는 삶아서 찬물에 헹군다.

3. 물에 전분을 약간 풀고 간장, 나메코버섯을 넣어 걸쭉한 소스를 만든다. 전분은 한꺼번에 다 풀지 말고 조금씩 걸쭉해질 때까지 넣는다.

4. 산마대구살찜에 차소바를 올리고 소스를 뿌리면 완성.

◆복어살 샐러드(1인분)

재료

오이, 양상추, 로메인, 상추, 당근, 미나리 (각 20g), 복어살50g, 깨소스(폰즈 소스50cc, 참깨 조금)

만드는 법

1. 야채는 전부 가늘게 채 썬다.

2. 복어살은 얇게 저며 끓는 물에 데쳐 식혀 놓는다. 살이 부서지지 않게 샤브샤브 고기를 익히듯 하면 된다.

3. 복어살을 중심으로 채소를 소담스럽게 둘러 담고 소스는 따로 놓아 먹을 때 뿌린다.

◆복어 갈비양념구이(1인분)

재료

복어 240g, 한식갈비소스180ml(마트에서 판매), 미나리20g, 전분 조금

만드는 법

1. 복어는 한 입 크기로 잘라 한식갈비 소스에 8분간 재어둔다.

2. 소스가 밴 복어를 숯불에 굽는다. 가정에서는 180도의 오븐에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10여분 구우면 된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사진=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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