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일에 시작한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는 오늘로 마침표를 찍습니다. 헤아려보니 지난해에 310회, 올해도 310회를 썼습니다. 620일을 성실하게 기록한, 제 생에서 가장 부지런한 일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누구보다 제일 먼저 읽어주는 당신이 없었다면 심심한 글이 되었을 것입니다.
누군가가 읽어준다는 것 만큼 큰 격려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 길은 제 혼자 걷는 길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 걷는 길이었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길을 만납니다. 길을 통해 성장하고 길을 통해 소통합니다. 길이 끝이 없기에 우리는 그 길을 따라 쉬지 않고 걷는 것입니다.
길은 산을 만나면 산을 넘고 바다를 만나면 바다를 건너갑니다. 우리는 그 길을 따라 걸어가다 인연을 만나면 사랑을 만들고 나무를 만나면 열매를 맺습니다. 그것이 인생이며 인생의 길입니다. 세상에 끝나는 길은 없습니다. 막힌 길도, 끊어진 길도 없습니다. 길이 있었기에 혜초는 '왕오천축국전'을 썼고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을 남겼습니다.
길이 문명을 만들고 길이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사람과 세상 속으로 걸었던 제 길은 이제 시(詩)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그건 다시 당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나에게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제 이 길을 따라 나의 시가 당신을 찾아갈 것입니다. 오늘 찍는 제 마침표가 당신의 느낌표이길 바라며!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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