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의료계에선 유달리 개원가를 중심으로 한 의료인들 사이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일부 의료경영 형태나 의료기술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많은 의료인과 환자들은 이 같은 논쟁이나 갈등이 앞으로 더 나은 의료체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의미 있는 진통이 되길 바라고 있다. 2011년 개원가를 달군 이슈를 3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프랜차이즈 병원
1990년대 초 한 치과를 시작으로 서로 다른 지역에서 같은 이름을 쓰는 병∙의원이 속속 생겨났다. 이름(상호)과 주요 진료기술, 진료철학, 마케팅 방식 등을 공유하는 이른바 네트워크병원이다. 병원 경영은 각 지점마다 원장이 독립적으로 하거나(프랜차이즈 형태) 여러 원장이 여러 지점을 공동으로 운영하기도 한다(조합 형태).
네트워크병원은 현재 치과뿐 아니라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 다양하다. 안건영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장(고운세상피부과 대표원장)은 "전국에 약 2만개의 네트워크병ㆍ의원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들 네트워크병원은 병원 이름을 브랜드로 삼고 낮은 가격이나 고급 서비스, 특정 분야 전문성 등을 내세우며 다른 병원과 차별화를 꾀한다.
그런데 최근 일부 네트워크병원에서 대표원장이 지점의 경영에 깊이 관여한다고 알려지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한 의사(대표원장)가 내부적으로 여러 병원을 거느린 '오너' 역할을 하고, 대표원장의 '관리'를 받는 지점 원장은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당한 방법으로라도 환자를 끌어 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의료계 한편에선 이것만으로는 오너 경영 네트워크병원의 폐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의료법을 바꾸다 자칫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의료관광 등에 기여하는 선의의 네트워크병원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내년까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의사 대신 상담?
개원가에선 요즘 코디네이터라고 불리는 직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주로 병원에서 환자에게 진료 과정이나 시술 비용 등을 알려주거나 내원 일정을 조정하고 접수, 수납을 돕는다. 굳이 의사나 간호사 같은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안내나 행정업무 등을 맡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병ㆍ의원에서 코디네이터가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진료를 권하거나 아예 의학적인 내용까지 상담하는 경우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개원가 코디네이터는 비(非)의료인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다. 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진료나 수술을 (직접 시행하지 않고) 상담만 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의료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병ㆍ의원의 규모가 커지면서 환자의 편의나 원활한 병원 운영을 위해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는 의사들이 많다. 때문에 보건 당국에서 코디네이터의 업무영역이나 자격요건 등에 대한 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자로선 진료나 수술 관련 최종 의사결정을 하기 전 꼭 의사의 상담을 거쳐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얼만큼 자를까
개원가 관절전문병원이나 정형외과에선 요즘 최소절개술(최소침습수술)이 유행이다. 말 그대로 수술할 때 피부를 최소한만 자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인공고관절(엉덩이관절)을 넣을 때 보통 수술은 피부를 12~15㎝ 자르는데, 최소침습수술은 7~8㎝만 절개하는 식이다. 최소침습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들은 "상처를 작게 내니 그만큼 조직 손상이 적어 회복이 빠르고 후유증도 적다"고 입을 모은다. 수술을 두려워하는 많은 환자에게 반가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병원마다 경쟁적으로 최소침습수술을 내세우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일부 관련 학회 등에서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최소침습수술의 효과가 기대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형외과 분야의 미국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본 앤드 조인트 서저리(JBJS)'에는 최근 인공고관절 수술 219건을 피부를 10cm 이하와 16cm 이상 절개한 두 그룹으로 나눠 비교한 결과, 회복시간과 속도 등에서 별로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 박윤수 이사(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최소침습수술은 경험 많고 숙련도 높은 의사가 해야 효과도 있고 안전하다"며 "무리하게 강행하면 오히려 감염 같은 합병증 위험이 커지거나 상처가 더 흉하게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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