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정치적 변혁과 경제적 위기로 커다란 혼란을 겪은 2011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 우리가 겪은 혼돈과 변화는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 시대를 마감하는 역사적 사건들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다가오는 2012년은 새로운 미래를 향한 첫 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대한민국의 청사진은 어떠해야 할까.
지구촌을 온통 힘들게 했던 2011년
올해에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은 역시 아랍지역의 국가들이다. 올해 초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이 이집트와 리비아에까지 번져 오랫동안 철권통치를 이어왔던 무바라크 대통령과 카다피 국가원수를 권좌에서 몰아냈다. 시리아에서는 민중의 민주화 요구에 대한 정부의 유혈진압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랍의 민주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얼마 전 완료된 미군의 이라크 철군도 아랍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이다. 그러나 한 시대의 종말이 반드시 새 시대의 밝은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집트에서는 아직도 11월 실시된 의회선거가 끝나지 않았으며, 민주화의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다. 미군이 철수한 이라크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기만 하다.
유럽도 올 한 해 동안 경제위기와 더불어 커다란 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그리스, 이태리의 경제위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며, 유럽통합의 상징이었던 유로화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또한 런던을 비롯해 영국의 전역에서 발생한 폭동은 그동안 유럽을 풍미했던 시장경제 중심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실패하였다는 것을 잘 보여 준 사건이었다. 경기침체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의 위기로 홍역을 치른 유럽이지만, 주요국은 아직도 재정위기 타개를 위한 정책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올 한 해를 가장 고통스럽게 보낸 나라는 우리의 이웃인 일본이다. 일본은 3월 지진과 해일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는 참상을 겪었다. 이로 인한 방사능 유출은 일본 사회를 불안에 빠뜨렸다. 원전복구 노력을 통해 최악의 위기는 넘겼지만 아직 원전의 안정화 작업이 안심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최고의 관리능력을 자랑하던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사고처리 과정에서 늦장대응과 미흡한 발표로 일본 국민의 신임을 잃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난 20여년간 정부주도의 경제발전 모델을 대치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구상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도 2012년은 한 시대의 마감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린다. 얼마 전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김정은 체제가 시작되었다. 극도의 폐쇄된 사회 속에서 일인 재배체제를 유지하던 북한이 순탄하게 권력교체를 이룰지, 아니면 체제붕괴가 야기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적절한 대응책이 절실하다. 한반도 통일이 눈앞의 현실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래 위한 새 청사진 논의해야
내년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발전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전개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정당과 후보자들은 최선의 정책대안을 준비하여, 한반도 통일과 경제 활성화 및 고용안정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복지국가 구축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대안도 준비해야 한다. 더불어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책임에 대한 고민도 수반되어야 한다. 이 같은 논의를 통해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올바른 선택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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