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의 마지막 달, 난마처럼 얽힌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인선을 둘러싼 한바탕 소동이 팬들의 입맛을 쓰게 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광래 축구 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성적 부진과 팀 관리 소홀의 책임을 가볍게 볼 수 없고 조 감독 체제에서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의 희망을 찾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8월 삿포로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숙적 일본에 0-3 참패를 당하면서 '조광래호'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지난달 15일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6위에 불과했던 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5차전 원정 경기에서 졸전 끝에 1-2로 패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같은 성적 부진이 조 감독 경질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KFA가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한 채 '밀실 행정'으로 대표팀 사령탑을 해임한 것이 문제가 됐다. 대표팀 감독 선임을 결정하는 기술위원회는 당시 구성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KFA에 거액을 후원하는 스폰서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를 일부 시인, 파문은 더 커졌다.
KFA는 12일 기술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한 뒤 다음 날 첫 회의를 열어 후임 사령탑 논의를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21일 최강희 전북 감독이 후임으로 결정됐지만 이 과정에서도 KFA는 종잡을 수 없는 행보로 눈총을 받았다. 조변석개식의 행정이 이어지자 '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소신과 원칙이 없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황보 위원장이 13일 "새 사령탑은 외국인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발언했지만 8일 후 최 감독을 선임하는 등 기술위원회는 이번에도 철저히 소외됐다. 최 감독이 22일 기자회견에서 "2013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대표팀 사령탑을 맡겠다"고 발표했지만 하루 전까지 KFA 고위관계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당연히 브라질 월드컵 본선까지 팀을 이끈다"고 주장해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하루 아침에 지휘봉을 빼앗긴 조 감독은 폭로로 맞섰다. 억울함을 주장해온 그는 지난 26일 "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외압에 시달렸다"는 발언으로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축구 대표팀은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와의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최종전에서 패할 경우 최종예선 진출 실패라는 재앙을 맞는다. 어수선한 대표팀을 안정시켜야 하는 책무를 맡은 신임 최 감독의 어깨가 무겁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