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0월 양승조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은 해석에 따라 최근 의료시장에서 크게 성장한 네트워크병원들이 모두 불법으로 몰릴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네트워크병원은 다른 지역에서 같은 이름(상호)을 쓰는 병원을 통칭하는 용어로, ▦이름이나 주요 진료기술, 진료철학, 마케팅 방식 등만 공유하고 운영은 개별 병원의 원장이 독립적으로 하는 프랜차이즈형 ▦여러 원장이 여러 지점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조합형 ▦대표 원장이 개별 병원의 운영에 깊이 관여하는 오너형이 있다.
개정 전 의료법은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33조 8항)고 돼 있을 뿐 여러 병원을 '운영'하는 것을 막는 규정은 없다. 이날 통과된 개정 의료법은 이를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다'로 바꿨다.
이 조항을 폭넓게 해석하면 오너형과 조합형이 금지되고, 프랜차이즈형도 불법으로 몰릴 소지가 있다. '어떤 명목으로도'라는 표현과 '운영'의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다. 가령 마케팅 공유도 운영이라고 본다면 프랜차이즈형도 불법이 되는 셈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이에 대해 "워낙 적용범위가 넓어 혼선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법안을 좀더 명확히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양 의원 측은 "의료기관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보건복지부가 선의의 네트워크병원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법을 적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네트워크병원 측에서는 법의 해석 권한을 복지부에 위임하는 형태라면 굳이 법 개정을 하지 않고 기존 의료법 안에서 충분히 규제를 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안건영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장(고운세상피부과 대표원장)은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고 환자들의 병원 선택 폭을 넓히는 등 네트워크병원이 의료계 발전에 기여한 긍정적 측면까지 모두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이날 법 통과 후 "아직 단정할 수는 없으나 기존의 판례들에 비춰 병원 직원의 고용이나 이익 처분과 관련된 것만 운영으로 보고, 공동 브랜드나 마케팅 등은 운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이 가능할 걸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최근 네트워크병원와 일반 개원의 사이의 '밥그릇 싸움'이 치열했던 의료계는 이번 의료법 개정으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병원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온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의료상업화 저지를 위해 필요하다"며 법 통과를 환영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네트워크병의원협회는 "의료서비스의 발전을 막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법률자문 등을 거쳐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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