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박모씨는 요새 큰 걱정이 하나 있다. 딸의 키가 138㎝로 또래 아이들 평균보다 6㎝ 작기 때문이다. 박씨는 "집중을 하지 못해 2년 전부터 먹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약이 안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저도 그렇고 애 엄마도 키가 큰 편이 아니어서 딸의 키가 작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씨처럼 부모의 신장이 커야 자식의 키도 잘 자란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최근 부모와 자식의 키가 크게 상관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승만 하이키한의원장은 2006년 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한의원을 방문한 8~14세 어린이 390명(남 86명, 여 304명)의 성장호르몬(IGF-1) 혈중농도를 측정한 결과, 어머니의 신장이 155㎝ 미만인 아이의 IGF-1 농도가 평균(250ng/㎖) 이하인 경우는 20%에 그쳤다고 22일 밝혔다. 반면 부모의 키가 큰 여자아이들 중 IGF-1 혈중농도가 평균 이상인 경우는 10명 중 6명이었다. 나머지는 IGF-1이 평균보다 낮아 160㎝까지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IGF-1은 성장호르몬의 하나로 뼈가 자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 원장은 "자식의 키는 엄마 키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전적 영향보다는 식습관, 숙면 등 환경적 영향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후천적인 노력으로 IGF-1의 양을 증가시켜 키가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살코기를 하루 1번 이상 먹어 성장호르몬의 재료인 단백질을 보충해주고, 성장호르몬이 많이 나오는 밤 11시 이전에 숙면을 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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