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차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 피부가 쉽게 튼다. 심하면 피부 표면에 하얗게 각질이 일어나거나 갈라지고 거칠어진다. 피부 가장 바깥쪽인 표피의 각질층에 수분이 부족해져 생기는 건성피부염이다. 이럴 땐 보습제를 발라주면 금방 나아진다.
그런데 표피가 아니라 피부 깊숙한 진피층에서 문제가 생겨도 살이 튼다. 이건 피부염이 아니라 팽창선조다. 흔히 튼살이라고 부른다. 튼살은 건성피부염과 달리 치료에 보습제가 별 소용 없다. 시간이 지나도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표피가 튼 걸로 오인해 방치하면 보기 싫은 흉터로 남는다.
눈에 거슬리는 붉은 줄
튼살이 생기면 각질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피부에 흉하게 긴 줄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붉은 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흰 줄로 변한다. 줄이 생긴 부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정상 피부보다 약간 가라앉아 있다. 만져보면 그래서 피부가 울퉁불퉁하다.
튼살 부위의 피부가 가라앉는 까닭은 진피 안에 있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콜라겐은 피부를 이어주는 결합조직, 엘라스틴은 피부가 늘어났을 때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게 하는 탄력조직의 주요 구성 성분이다. 피부가 갑자기 성장하거나 팽창하면 이들 성분이 손상을 받는다. 피부가 자라는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임신으로 배나 유방이 커지면서 피부가 확 늘어났을 때, 특정 부위에 갑자기 살이 찔 때가 바로 이런 경우다. 임신 중엔 특히 배에 굵기가 1cm도 넘는 선이 생기는 넓은 튼살이 나타나기도 한다. 비만 때문에 생기는 튼살은 주로 종아리나 허벅지 부위에 많다. 굵기는 대부분 1cm 이하다. 운동으로 갑자기 근육 양이 늘어도 피부가 따라가지 못한다. 헬스를 갑자기 많이 하면 앞가슴이나 어깨 쪽에 튼살이 생기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임신 중이나 사춘기에는 콩팥 위에 붙어 있는 내분비기관인 부신에서 나오는 부신피질호르몬이 증가한다. 이럴 때도 진피 층의 콜라겐이 파괴될 수 있다. 부신피질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오는 쿠싱증후군 환자,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장기간 바르거나 복용한 환자, 피부질환 때문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오랫동안 바른 환자에게도 튼살이 종종 나타난다. 청소년기에 키가 갑자기 훌쩍 자라면서 등에 가로로 튼살이 생기기도 한다.
희게 변하면 치료 어려워
튼살은 일단 한번 생기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붉은 줄이 하얗게 변하고 나면 치료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팔이나 종아리처럼 눈에 잘 띄는 부위에 생기면 보기에도 좋지 않다. 처음 나타났을 때 빨리 치료를 받는 게 상책이다.
치료 방법은 크게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레이저치료의 3가지다. 주로 트레티노인 연고를 바르는 약물치료는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긴 하지만 사람에 따라 피부자극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치료 효과도 5~10% 정도로 그리 크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튼살 부위를 아예 벗겨내거나 피부 속을 가는 침으로 자극해 콜라겐 생성을 유도하는 건 물리적 치료법이다.
최근 가장 널리 쓰이는 튼살 치료법은 레이저다. 레이저의 종류도 다양하다. 피부에 생긴 붉은 선 아래에는 대개 혈관이 몰려 있는데, 레이저로 그 부분을 파괴해주면 튼살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피부의 원래 색과 질감을 되돌릴 수 있다. 또 레이저로 피부에 미세한 구멍을 내 피부 속 섬유모세포를 자극해주면 새로운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합성되기도 한다.
연세스타피부과 이상주 원장은 "예전엔 튼살 치료가 부작용이 많거나 치료 자체가 어렵다고 여겼는데 최근엔 레이저 기술의 발달로 효과적인 개선이 가능해졌다"며 "단 튼살 발생 부위나 색깔, 넓이 등에 따라 알맞은 레이저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튼살이 생기는 걸 막으려면 급격히 살이 찌지 않도록 몸무게를 조절하고, 임신 중이나 성장기에는 보습제로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야 한다. 연세스타피부과 이정은 원장은 "샤워 후 허벅지나 옆구리, 배, 종아리를 중심으로 로션을 발라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예방법"이라며 "특히 임신부는 7개월 전후로 복부에 튼살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배꼽을 중심으로 마사지를 집중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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