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일본에서 단 한 건의 사형집행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1991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 언론들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고 있어 이를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2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형이 확정됐으나 집행이 보류된 죄수는 129명으로 2차대전 패전 이후 최대다. 2006년 100명을 밑돌던 사형수는 2007년 100명을 넘었으나, 2008년 15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돼 두 자리 수로 내려갔다. 하지만 2009년부터 사형집행이 줄어들면서 선고를 받고 대기중인 사형수는 다시 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사형집행에 소극적인 것은 최근 학자들을 중심으로 사형제도 폐지 건의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바 게이코(千葉景子) 전 법무장관은 지난해 장관 재직 당시 법무성내에 연구회를 발족, 사형제도가 없는 국가의 사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일본 변호사 협회는 최근 사형제 폐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하며, 그 동안 모든 형 집행을 중지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과거 자민당 정권 보다 진보적 성향인 민주당 정권이 2009년 집권한 것도사형집행이 줄어든 요인이다. 최근 1년여 동안 교체된 4명의 법무장관 모두 사형집행 반대론자들이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사형수 3명의 형 집행이 이뤄졌어야 하지만,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에는 영국 프랑스 등이 사형제도를 폐지한 경위 등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히라오카 히데오(平岡秀夫) 법무장관은 “일본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느냐”고 질문한 뒤 “사형제 폐지 여부를 폭넓게 검토하겠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와카바야시 히데오(若林秀樹) 국제 앰네스티 일본지부 사무국장은 “사형제 폐지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형제 폐지로 가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지난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가 사형은 “불가피하다”고 답변하는 등 사형제 폐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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