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추도기간이 마무리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그간 적극적인 외교전을 펴 온 중국과 달리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미국도 이제부터는 서서히 움직일 태세다.
먼저 중국은 김 위원장의 장례 기간 정부 차원의 조의를 표하며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의 권력 승계를 사실상 추인했다. 중국 당국은 주중 한국ㆍ미국ㆍ일본ㆍ러시아 대사를 불러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중국은 또 대북 원조 계획을 밝히면서 북한의 후견국임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내년 1월 중 북한에 쌀 등 식량 50만톤을 긴급 원조하고 원유도 20만톤 이상 무상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사이에는 내년 초 김 부위원장의 방중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실무협의가 진행 중이란 관측도 있다.
중국의 발 빠른 행보에 미국은 고위당국자의 동북아 순방을 시작으로 한반도 외교전에 본격 나설 것을 예고하고 있다.
미 국무부의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는 내달 초 한국과 일본, 중국을 순방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미국 고위 당국자의 첫 동북아 방문이다.
특히 순방 과정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6자회담 재개를 겨냥한 미중간 전략적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이와 별도로 한미일 3국의 한반도 정책 담당자들은 다음달 중순께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사후 북한 체제를 염두에 둔 '3각 동맹'의 틀을 다시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다.
우리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각국 외교장관들과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외교전에 나서고 있지만 남북 대화 통로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주변국 외교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2일 중국을 다녀온 임 본부장이 27일 다시 미국으로 간 것도 이 같은 한계점을 극복해 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때문에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관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원칙론에 입각한 강경한 대북 정책기조를 고집하다가는 향후 북미대화나 6자회담 등의 재개 국면에서 자칫 '들러리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북 기조의 급격한 선회는 어렵더라도 인도적 지원이나 교류를 강화하면서 유화 모드로 남북관계를 전환시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특별연설 등을 통해 어떤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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