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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새 필자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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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새 필자 김민정 시인

입력
2011.12.2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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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글을 쓴다는 게 참 의미심장한 일인 거 같아요. 남이 하는 대수롭지 않은 얘기도 대수롭게 들리고, 매일 먹는 밥도 달리 보이고. 24시간 뇌 한쪽의 전구를 켜고 있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매일 200자 원고지 석장 반의 지면에 우리 삶의 한 풍경을 포착해 희로애락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한국일보 ‘길 위의 이야기’가 새 필자를 맞는다. 지난 두 해 동안 우리 산천과 생활 구석구석의 풍경을 서정적으로, 때론 매서운 풍자로 담아냈던 정일근(53) 시인의 뒤를 이어 새해 1월 1일부터 김민정(35) 시인이 ‘680자의 길’ 위에 서게 됐다.

김씨는 2003년 3월 소설가 성석제씨가 첫 테이프를 끊은 ‘길 위의 이야기’의 아홉 번째 필자. 중앙대 문예창작과 출신으로 1999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김씨는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2005)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2009) 두 권의 시집을 통해 파격적 시어와 도발적 감수성의 시적 세계로 주목 받았다. 특히 남 눈치보지 않는 시원한 성격에다 주저 없는 열정, 발랄한 감수성으로 무장한 그는 한국 시단에 생기를 불어넣는 젊은 허파와도 같은 존재다.

김씨는 2009년부터 문학동네 편집자로 일하며 ‘문학동네 시인선’을 출범시켜 최승호 허수경 송재학 김언희 조인호 등의 시집을 냈다. 올해 7월부터는 문학동네 자회사인 ‘난다’ 대표를 맡아 <어쨋든 잇태리> (박찬일 지음) <여행 혹은 여행처럼> (정혜윤 지음) 등 깊은 맛과 감각적 향내가 어우러진 책들을 선보였다.

‘워커홀릭’으로 이름난 그로선 매일 독자와 만나야 하는 칼럼을 맡는 것 자체가 남다른 도전이다. 용띠 작가로서 용의 해를 한층 의미 있게, 그러나 조금은 힘겹게 보내게 된 것이다.

지난 24일 서울 인사동에서 ‘임무 교대’를 위해 만난 정일근 시인이 던진 농담도 그런 것이었다. “전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무엇을 쓸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 꿈에서 쓸 거리가 나오고, 새벽에 일어나서 쓰면 된다”고. 그날 그날의 단상을 통해 생생한 감성을 보여주는 글이기에, 미리 한꺼번에 써놓을 수도 없다. 김씨는 “자면서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기꺼이 도전에 나선 것은 스스로도 길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일일 칼럼을 쓰려면 매 순간 감각을 최고치로 높여야 하는데, 그게 시를 쓸 때와 같아요. 한동안 시가 찾아오지 않았는데, 시 쓰는 마음으로 정말 살아가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그 길이 어디로 나아갈 지 모르겠지만, 길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인생이라면 하나의 좌표로 삼고 싶어요. 독자들도 같이 걸어가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특히 “사소하지만 큰 얘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 속에 숨어있는 삶의 이면과 진실을 캐보겠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가 칼럼을 물려주게 된 정씨는 “시원 섭섭하다”고 말했다. “620회, 원고 분량으로 2,500여매를 쓰면서 온 열정을 다 바쳤어요. 책상 위에서 편하게 쓴 적이 없었어요. 글을 쓰기 위해 직접 길 위에 서 있으려고 노력했는데, 그 길은 육지의 길이자 바다의 길, 하늘의 길, 사람의 길이면서도 시의 길이기도 했죠.”

‘고래를 사랑하는 시인들의 모임’ 대표로서 1990년대 말부터 고래 살리기 운동을 주도해왔던 그는 고래와 바다 이야기로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김씨에게 “책상 앞에서 있지 말고 길 위에 나서 독자들을 생각하면서 쓰라”고 당부했고, 김씨는 “‘길 위의 이야기’ 독자들이 얼른 선생님 이름을 잊도록 노력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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