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기회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려는 기업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로 진출, 신성장 동력 확보와 미래 먹거리 창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선진시장은 물론이고 새롭게 부상한 신흥시장에서 과감한 투자와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혁신경영을 펼치는 기업들을 소개한다.
■ 현대모비스, 10대 글로벌 상품 육성해 톱5 부품사 꿈꾼다
현대모비스는 작년 6월 미국 자동차 전문지 '글로벌 오토모티브 뉴스'가 발표한 세계자동차 부품업체 순위에서 10위를 차지했다. 본격적으로 자동차 부품사업에 뛰어든 지 10년 만에 거둔 성과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20년까지 세계 톱5의 자동차 부품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10대 글로벌 일류상품' 육성 전략을 수립했다. 자동차부품 시장과 기술의 동향을 분석하고 성능·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해 집중 육성할 10개 아이템을 선정한 것. 10개 제품은 제동장치(3개)와 조향장치, 에어백, 레이더, 친환경차 부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 보디 관련(이상 각 1개) 등 차량 내부 전장 핵심 부품들이다.
2012년에는 전장 연구소를 완공해 보쉬·덴소 등 글로벌 선도업체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현대모비스 전장연구소는 미국 디트로이트·인도 첸나이·독일 프랑크푸르트·중국 천진 등 해외 연구개발(R&D) 거점에서 수행 중인 전장부품 관련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R&D 비용도 오는 2015년까지 두 배 가까이 늘려 6500여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의 발굴ㆍ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9월 현대모비스 경영아카데미(HMBA)를 출범한 것도 이런 이유다. HMBA를 통해 특화된 교육과정 비율을 현재 30%에서 2015년까지 50%로 끌어 올리고 1인당 연간 교육시간도 35% 이상 늘릴 예정이다. 정석수 현대모비스 부회장은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자동차 부품업계 글로벌 톱5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 CJ제일제당, 현지 고객 입맛 잡았다…햇반 연간 1억개 판매
CJ제일제당은 2013년 전체 매출의 45%를 해외매출로 달성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식품ㆍ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공격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고객들의 입맛 공략에 주력하고 있는 것.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 내놓은 전략 제품들에 대한 현지의 반응들이 무척 고무적이다. 지난해 냉동만두, 양념장, 장류, 햇반, 김치, 김 등 6종을 통합해 론칭한 비빔밥 외식브랜드 '비비고'(bibigo)의 경우 호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들 브랜드의 기존 진출지역에서 현지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비비고(bibigo)' 제품 진출 지역을 넓혀 '대표 한식 브랜드'로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은 대표 식품 브랜드인 '다시다'의 경우 지난해 연간 300억원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했으며, 2015년엔 1,000억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연간 판매량 1억 개를 넘어서며 올해 1,000억원 매출을 달성한 즉석밥 '햇반'도 지난 2월 국내 식품기업의 불모지로 알려져 있는 멕시코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와 함께 CJ 해찬들이 만든 글로벌 고추장 '애니천 고추장소스'의 경우 출시 2년 만에 미국 유통채널 5,000개 점포에 입점했으며, 최근 사업영역을 캐나다 지역 200여 개 유통매장으로 확대했다.
공격적인 바이오사업 확대도 주목할 만하다. CJ제일제당은 이미 세계 1위 품목인 자사의 핵산(식품조미소재)뿐 아니라 라이신(사료용 아미노산)의 시장지배력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또 메치오닌(사료용 아미노산) 사업까지 본격화해 세계 최초로 친환경 바이오공법을 통한 4대 사료용 필수아미노산 체제까지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 대림산업, 해외 정유 플랜트 따내고 발전사업도 진출
대림산업은 최근 필리핀에서 약 2조2,000억원 규모의 매머드급 정유 플랜트 공사를 따냈다. 사업비를 기준으로 국내 업체가 동남아시아에서 수주한 가장 큰 프로젝트다. 이번 수주를 통해 대림산업은 외국 선진업체들의 전유물로 평가 받던 고부가가치 플랜트 사업분야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높은 기술 장벽 때문에 유럽과 일본 등 소수 업체들만이 경쟁하던 기본설계 분야와 정유공장이 최적의 프로세스로 가동될 수 있도록 여러 기술들을 통합하는 프로세스 통합서비스 등의 고난이도 작업에 참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플랜트 건설뿐 아니라 운영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 민간상업발전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민간상업복합화력발전소로는 국내 최대 인 1,560㎿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1조1,715억원 규모의 포천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 추진에 나섰고, 이를 기반으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동과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에너지 발전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해외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한국전력기술과 올 5월 총 발전용량 102㎿ 규모의 제주도 해상풍력발전사업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과 아시아, 북미지역 진출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김 윤 대림산업 부회장은 "글로벌 건설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 및 신성장 동력 발굴에 최우선으로 힘을 쏟을 것"라며 "설계ㆍ시공에서 유지ㆍ관리 등 고부가가치 플랜트 사업으로 활동영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중국 백화점 입점… 대륙 본격 공략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3월 중국 베이징 팍슨 백화점에 한방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를 입점시켰다. 국내에서도 '명품 화장품'으로 통하는 설화수의 백화점 입점은 중국 대륙 진출을 본격화하려는 시작이기도 하다.
사실 설화수는 이미 2004년 홍콩, 2010년에는 미국 뉴욕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제는 중국 대륙에서 또 한번 '한국화장품=명품화장품'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오스카'라는 브랜드로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90년대부터는 글로벌브랜드 전략을 추구하며 중국과 프랑스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현지 생산 기반을 다졌다. 현재 북미, 서유럽, 동남아시아, 중화권, 일본 등 세계 5개 권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그 중 중국, 미주, 프랑스를 3대 축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시장은 아모레퍼시픽이 전력투구하는 곳. 1993년부터 선양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마몽드'와 '아모레' 브랜드를 공급해 왔다. 그 결과 중국 동북지역에서 시장점유율 4~5위를 유지했다. 2002년부터는 '라네즈'도 중국에 진출, 현재 중국 60개 도시의 200여개 백화점에 매장을 두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내년 3월 중국 상하이에 대지 면적이 약 3만평 규모의 '아시안 뷰티 생산연구기지도 신축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대표이사는 "새롭게 선보이게 될 상해 생산∙연구기지를 중국 생산∙연구∙물류 허브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급격히 성장하는 중국 시장 대응력을 높여 중국 사업 가속화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STX, 세계 최대 크루즈선 기네스북 등재로 위상 과시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크루즈선을 만드는 기업으로 STX가 주목 받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10대 럭셔리 크루즈선 리스트를 STX의 작품들이 모두 휩쓸었다. 총톤수(G/T) 기준으로 세계 10대 크루즈선을 취합한 결과 지난해 취항한 22만5,000만톤의 얼루어 오브 더 시즈가 1위, 동급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22만2,000톤)가 2위에 오르는 등 STX유럽이 건조한 선박이 1~10위를 차지한 것.
크루즈선은 바다 위의 호텔로 불린다. 선박 규모뿐만 아니라 편의 시설, 인테리어를 비롯해 서비스의 질까지 선박업체의 종합적인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STX는 STX조선해양을 중심으로 STX유럽, STX다롄 등 글로벌 생산거점의 시너지 극대화에 역량을 모으는 한편 초대형 크루즈선, 해양작업지원선, 다목적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선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STX그룹은 플랜트ㆍ건설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이라크의 대규모 디젤발전소 건설에도 착수했다. 이는 STX중공업이 지난 5월 이라크 전력부로부터 수주한 3조원대의 총 2,500MW규모의 디젤발전소 건설 1단계 공사다. 회사 관계자는 "이라크에 100MW규모의 디젤발전플랜트 25기를 건설해 줌으로써 전쟁 후 극심한 전력난을 해소하는데 일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TX건설의 경우 중동 아부다비 남부의 무사파(Musaffah) 경제특구 지역에 상가, 병원 등 1만4,200명의 기술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단지를 신축했다.
STX 관계자는"전세계 150여개 글로벌 네트워크의 역량을 강화하고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2020년 매출 120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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