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 탈북자가 정부 합동신문을 받던 중 간첩임을 자백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탈북자가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자살한 것은 처음이다.
27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이달 13일 오전 경기 시흥시의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를 받던 탈북자 A씨가 숙소에 딸린 샤워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돼 인근 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으나 숨졌다.
국정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에서 '외관상 외력에 의한 손상이 없고, 목부위 상흔 등으로 미뤄 자살한 것 같다'는 1차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A씨는 숨지기 하루 전 "탈북자로 위장해 남한에 침투했다"고 간첩 사실을 털어놨다. 신원 및 탈북 경위 등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이 튀어나왔고, 신문팀의 추궁이 이어지자 A씨는 간첩이라고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들이 속속 남파되자 합동신문 때는 다른 탈북자들을 통한 사실 확인 등 '크로스 체킹'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국정원과 경찰, 군 등으로 이뤄진 합동신문팀은 최장 6개월간 조사를 하기도 한다.
A씨는 북한 공작조직으로부터 '탈북자를 지원하는 모 선교단체의 위치 및 선교사들을 파악해 보고한 뒤 잠복하라'는 지령을 받았다고 자백했다.
국정원은 A씨가 자백에 따른 부담감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정원은 A씨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탈북해 입국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국정원은 사망한 지 14일이나 지나 사건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도록 부검을 해 자살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진 뒤 발표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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