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교육을 위해 찾아갔던 초등학교에서 5학년 학생이 담배를 피운다는 거예요. 담임한테 ‘이 학생 담배 피우는 거 아셨냐’고 물어봤더니, 너무 대수롭지 않게 ‘알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3학년 때부터 피웠다는데 그동안 아무도 벌을 주거나 담배의 나쁜 점을 알려주지 않았어요. 무관심에 방치돼 담배를 일찍 접하는 청소년들과 무분별하게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금연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어요”
보건복지부가 9월 ‘담배 연기 없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지향하기 위해 발족한 대학생 금연서포터즈팀 가운데 최우수상을 차지한 ‘창조적人(인)’팀 김혜민(23)씨는 금연 캠페인에 나서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팀은 김씨를 비롯해 김하나, 김예지, 이빛나, 조윤경씨 등 5명의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2008학번 동기 여대생으로 구성됐다. 이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는 대학생 금연서포터즈 100개팀 가운데 두드러졌다. 다른 팀들이 주로 길거리 피켓 행사 등의 캠페인을 진행할 때 이들은 게임을 통한 금연 알림, 교내 남자화장실 광고물 설치, 지역아동센터 금연 교육, 뮤직비디오 제작 등 다양한 형태로 금연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팀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남자 화장실에 광고물을 설치했던 ‘담배를 향해 쏴라’ 캠페인. 남성 소변기에 불붙은 담배꽁초 스티커를 붙이고 담배를 많이 피면 성기능이 저하될 수 있음을 알리는 메시지도 함께 부착했다.
“정말 민망했죠. 밤에 사람 없을 때 다 같이 가서 몇 명은 밖에서 망보고 있고 몇 명은 재빠르게 스티커를 붙였어요. 그래도 호응이 컸어요. 어떤 분은‘쇼크를 받았다’고 말했고, 어떤 분은 ‘여자 친구를 위해 끊겠다’고 했어요. 더불어 화장실도 깨끗해 질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팀장 김하나씨의 얘기다.
이 팀이 이뤄낸 또 다른 ‘업적’은 바로 국내 대학 최초로 동국대 교내에서 ‘금연의 날’을 제정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금연의 날로 정하고 대학생과 교직원들에게 금연을 권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 흡연에도 앞장섰다. 김혜민씨는 “10월 양천구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8~16세를 대상으로 금연교육을 했는데 부모가 생계에 쫓겨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이들은 만나 흡연 폐해 관련 시각 자료를 보여주고 사례를 들려주니 굉장히 충격을 받더라”며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석달간 진행된 대학생 금연서포터즈 활동을 지켜본 복지부 관계자는 “이 팀은 아이디어가 가장 참신했고, 단발적이지 않고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계획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창조적人’팀 멤버들은 “앞으로도 금연 캠페인은 계속될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금연 운동에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최우수상 부상으로 내년 초 3박 4일간 ‘금연 선진국’ 홍콩을 방문할 예정이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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