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30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파워 엔진은 예열 시간이 길다. 발동이 걸리면 무서운 위력을 뽐내지만 기다림이 필요하다. 박지성은 2005년 6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유니폼을 입은 이래로 매 시즌 초반 출발이 좋지 않았다. '팀 내 경쟁에서 도태되는 게 아닐까'하는 우려를 살 정도로 침묵을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시즌 반환점을 전후해 반등세로 돌아섰고 가파른 기세는 시즌 끝까지 이어졌다. 이 같은 패턴은 올 시즌에도 반복되는 듯 하다.
박지성이 27일 오전(한국시간)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위건 애슬레틱과의 2011~1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8라운드 홈 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리고 마무리 쐐기골의 발판을 만들며 5-0 대승을 이끌었다. 최근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늘어나며 제기된 회의론을 일거에 잠재울 만한 활약이었다.
4-4-2 포메이션의 왼쪽 날개로 나선 박지성은 전반 8분 파트리스 에브라의 크로스를 문전 쇄도하며 감각적인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 선제골을 터트렸다. 지난 8월 아스널과의 EPL 3라운드(8-2) 경기에서 시즌 마수걸이 골을 기록한 후 4개월 만에 터진 득점포다.
박지성의 신호탄을 시작으로 맨유는 활화산 같은 화력으로 위건을 녹아웃시켰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전반 41분과 후반 13분 잇달아 골 네트를 갈랐고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후반 30분 중거리포를 작렬했다.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던 박지성은 후반 32분 문전 쇄도 중 안톨린 알카라스의 파울을 유도, 페널티킥을 이끌어냈고 베르바토프가 이를 성공시켜 시즌 5호 도움 수확의 기쁨마저 누렸다. 시즌 2골 5도움.
유력 일간지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박지성은 폐가 여러 개인 듯한 활약을 펼쳤다"는 찬사와 함께 평점 8점을 부여했고, 스포츠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도 팀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 8점으로 박지성의 활약을 호평했다.
2년 재계약과 함께 시즌을 맞은 박지성은 명실상부한 팀 주축으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측면 경쟁에서는 애슐리 영, 루이스 나니에 밀렸고 중앙 미드필더로서도 뚜렷한 활약을 펴지 못했다. 지난 시즌 막판 같은 예리한 공격력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EPL에서 8경기에 출전, 1골 1도움에 그치며 기대를 밑돌았다.
그러나 박지성은 시즌 반환점을 목전에 두고 폭발력을 과시하며 2012년 전망을 밝혔다. 박지성의 '파워 엔진'점화와 함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탈락, 맨체스터 시티에 1-6 참패 등 굴욕을 겪었던 맨유가 2012년 비상의 나래를 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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