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전범국 일본이 무기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한 무기수출 3원칙을 대폭 완화했다.
일본 정부는 27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주재로 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무기의 국제공동개발과 생산에 참가하고 인도적 목적의 장비와 비품 제공을 허용하는 포괄적 예외조치를 마련했다.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은 “최신 방위 기술 획득 등을 통해 일본 방위 산업의 기반을 유지, 고도화하고 비용 절감을 도모해야 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일본은 1967년 공산권 국가, 유엔 결의로 무기 수출이 금지된 국가, 분쟁 당사국 및 그 우려가 있는 국가에 대한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무기수출 3원칙을 만들어 1976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그 뒤 1983년 대미 무기기술제공, 2004년 미국과의 미사일방어망(MD) 공동개발에 예외를 인정했으나 이번 조치를 통해 그 폭이 대폭 완화했다. 일본은 당초 무기수출 3원칙을 대폭 수정하려 했으나 주변국의 여론을 감안, 포괄적 예외를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일본이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한 배경에는 세계 각국이 방위 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간주, 무기 개발경쟁에 나서고 있어 이 원칙을 고집하다가는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일본이 차세대전투기로 선정한 F35도 미국, 영국 등 9개국이 공동개발에 참여했지만 일본은 제외돼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했다.
이번 조치로 무기 개발과 관련한 일본의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교도(共同)통신은 일본이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맹국, 호주, 한국 등과 공동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자위대의 유엔 평화유지군(PKO)에 순시정을 수출하고 방탄조끼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일본 정부의 사전 동의 없이는 다른 목적에 쓰거나 제3국에 이전할 수 없다는 것이 전제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에무라 히데키(植村秀樹) 유통경제대 교수는 “미국이 일본과 공동 개발한 무기로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무력을 행사할 경우 (평화를 위한다는) 원칙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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