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이 명실상부한 최고 실세로 자리 잡았다.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위해서는 혈족인 김경희-장성택 부부의 후견이 필요한 만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인 김경희의 급부상은 예견됐던 일이다.
김경희는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19일 발표된 장의위원 명단에선 서열이 14위였다. 이후 김경희는 20일과 23일 김정은이 북한 최고위층들과 함께 김 위원장 시신에 참배할 때 조카인 김정은으로부터 네 번째 옆자리에 섰다.
'참배 순위'가 5위로 뛰어 오른 것이다. 더구나 김경희는 20일엔 두 번째 줄에 서 있다가 23일엔 맨 앞줄로 나왔다.
이에 대해 북한대학원대학 홍익표 겸임교수는 26일 "장의위 명단 선정 이후 북한 권력 내부에서 모종의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김정은의 혈족인 김경희의 정치적 지위가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김일성 주석의 '백두 혈통', '빨치산 혈통'을 물려 받은 김경희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당 중심으로 짜인 장의위 서열은 원래 권력 서열과 일치하지 않았기에 김경희가 갑자기 부상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김경희의 실권과 위상은 원래 컸기 때문에 이번 참배 때 이를 상징적으로 재조정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선 김경희가 높은 '참배 순위'를 받은 것은 유족 배려 차원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참배 때마다 김정은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그러나 장성택과 함께 북한의 실질적 실세로 부상한 김경희가 참배 순위를 조정하면서 그의 확고한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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