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첫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던 당 비상대책위원 인선 발표가 "한다""안 한다"사이를 오락가락했다.
결국 비대위원 인선은 27일 인선을 최종 추인하는 상임전국위원회 자리에서 공개되는 것으로 결론 났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일부에서는 박 위원장의 잇나 스타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황영철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박 위원장이 비대의원들의 명단을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알려 주기로 했다"며 "늦어도 오후 5시까지는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당직자들의 얘기가 바뀌었다. 황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나는 오늘 (발표)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얘기를 했다. 황 대변인도 박 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한 뒤 "비대위원 명단은 내일 상임전국위에서 발표하기로 했다"며 당초 발표 약속을 번복했다. 그는 그러면서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 명단은 상임전국위에 먼저 내놓는 게 예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상임전국위 추인을 밟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먼저 명단이 공개돼서는 안되기 때문에 발표 약속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 측은 "황 원내대표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인선안을 알리고, 공식 발표는 내일 하겠다는 뜻이었는데, 황 대변인이 오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대변인은 "오늘 발표하겠다고 한 것은 전적으로 나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이 같은 혼선 속에 다른 사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명단 최종 검토 과정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아 재검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대표적이다. 비대위원 면면이 당의 쇄신을 보여주기에 역부족이어서 급히 수정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참여키로 했던 비대위원 가운데 일부가 고사하면서 급히 명단을 걷어들였다"는 얘기도 당 안팎에서 나왔다. 하지만 박 위원장 측은 "비대위원 명단은 이미 확정됐다"며 "원칙을 따르기 위해 27일 공개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보여준 박 위원장의 인선 스타일을 두고도 비판이 적지 않다. 박 위원장 인선 스타일의 특징은 '철통 보안'이다. 박 위원장은 이번 인선을 앞두고 측근 의원들에게 조차(명단을) 알려고도 하지 말라"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인선 과정에는 박 위원장과 그 주변 보좌관들만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주위와 상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선 시스템이 이렇다 보니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박 위원장이 공언했던 '당의 변화를 보여주면서, 사회에서 신망 받는 인사'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없지 않다. 한 여당 관계자는 "인사는 보안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의견 수렴과 사전 검증이 필요한데 제대로 이뤄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비대위원으로 확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처선의 쇄신파인 김세연 의원이 비대위원에 포함됐고, 조현전 비트 컴퓨터 회장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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