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들로부터 학대를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버린 A군(13)이 다녔던 대구 수성구 B중학교. 26일 오후, 평상시처럼 수업은 진행되고 있었지만 학교에는 침울함이 가득했다.
방학을 불과 며칠 앞두고 있지만 교실에서 학생들의 들뜬 분위기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교무실의 교사들은 말없이 자기 일에만 열중하거나 먼산을 보며 한숨을 지었다. 취재진의 질문에는 무조건 "모르는 일"이라며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다.
보건실에서는 신청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문의 상담이 실시되고 있었다.
지난 20일 A군의 투신자살 소식에 이어, 지난 7월 교통사고로 숨진 것이라던 또다른 학우가 투서 문제로 자살한 사실이 이날 다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자녀들, 우리의 친구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지난 7월 중순 어느날 오후 7시50분쯤 대구 수성구 C아파트. 인근 아파트에 사는 여중생 D(14)양이 바닥에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와 교우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바람 쐬러 간다"며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경찰과 대구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당시 D양은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담임교사에게 보냈다. 교사는 학생 보호와 재발 방지 등을 위해 학급 전체 학생에 대해 10분가량 무릎을 꿇어 앉게 하고 훈육을 했다. 교사가 친구를 괴롭히는 다른 친구를 불러 나무라고 서로 화해하도록 한 지 3일 만이었다.
누가 편지를 보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벌을 받고 난 뒤 친구 몇 명이 지레짐작으로 D양에게 "혹시 네가 편지를 쓰지 않았냐"고 물었다. 고자질쟁이로 인식될 것을 걱정한 D양은 그 날 저녁 부모와 상의했다. 부모는 "걱정하지 말고 담임선생님과 상담하라"고 했으나, D양은 집을 나간 뒤 5분 거리의 C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이후 5개월이 지나 D양과 같은 학년 A군은 인터넷 게임 때문에 동급생 2명으로부터 10개월 동안 괴롭힘을 당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군의 부모와 학교는 까맣게 몰랐다. A군도 D양처럼 혼자 끙끙 앓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이 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 81명을 대상으로 이번 주부터 집단심리치료에 들어갔다. 평일에는 학교 보건실에서, 휴일 등에는 협약 병원 응급실을 통해 전문의로부터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우동기 교육감은 "지금은 한 생명을 지키는 데 '온 마을'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목숨으로 전하고자 했던 학생(A군)의 간절한 메시지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A군 사건을 수사중인 대구 수성경찰서는 아파트 CCTV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A군의 유서에 등장하지 않지만 A군 등과 게임을 하고 자주 드나든 E(14)군을 확인, 폭행 가담 여부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범죄피해 상담 전문 경찰관들로 구성된 케어팀을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물론 피의자의 가정에도 파견해 심리적 안정을 되찾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김강석기자 kimks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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