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소재 외국 기업인 스태츠칩팩코리아는 2008년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경기도 등에 서면질의를 했다. 내용은 '2011년 말까지 경기 이천시 마장면 일대에 공장을 증설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
반도체칩 제조사인 스태츠칩팩코리아는 1998년부터 이천 하이닉스반도체 부지 내에 공장을 임대해 1공장(연면적 4만3,000여㎡)을 운영해오고 있는데 하이닉스 측이 계약이 만료되는 2015년 6월 이후에는 임대를 연장해 줄 수 없다고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다급한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이천시 마장면에 있는 2공장(3만8,000여㎡) 부근으로 1공장을 이전ㆍ확장하기 위해 이 같은 질의를 정부와 지자체에 보낸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논리를 앞세운 비수도권 지역의 눈치를 보느라 3년이 넘도록 답변을 보내지 않고 있다. 이곳이 자연보전권역이어서 '대기업 제조시설을 이전하거나 신ㆍ증설을 할 수 없다'(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는 규정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토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등은 경기도내 공장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2008년 10월 "법률 개정 등을 통해 2010년까지 경기도내 공업용지 허용 면적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해 놓고는 여론을 의식해 번번이 법개정 등을 미뤄오고 있다.
3년간 이렇다 할 정부 답변이 없자 스태츠칩팩코리아 측은 최근 중국 상하이로 1, 2공장을 모두 옮기는 검토에 들어갔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투자 외국 업체에 공장 부지를 무상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재 스태츠칩팩코리아의 1, 2공장에 현재 한국인 근로자 2,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장이 중국으로 이전하면 이들은 실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부가 2008년부터 자연보전권역의 첨단산업 공장 이전 및 신ㆍ증설과 관련한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수년째 미루고 있다"며 "조속한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이 회사는 중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2004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스태츠사(ST Assembly Test Services Ltd)와 미국에 본사를 둔 칩팩(ChipPAC.Inc)코리아가 합병되면서 출범했는데, 13년 간 국내에서 수천억원을 투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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