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26일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 안을 대부분 수용키로 합의했다. 민주통합당은 종합편성(종편)채널의 광고 독자영업을 사실상 허용한 것은 물론 절대 양보할 수 없다던 ‘민영 미디어렙의 방송사 소유지분 20% 이하’ 방침도 철회해 일정에 쫓겨 졸속 합의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더구나 SBS에 이어 MBC도 이날 자사렙 설립을 공식화하면서 미디어렙 후폭풍이 거세게 일 전망이다.
26일 민주통합당과 언론단체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 이명규 원내 수석부대표가 내놓은 ▦종편의 미디어렙 의무위탁 2년 유예 ▦민영 미디어렙의 방송사 소유지분 최대 40% 허용 안을 수용키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통합당은 25일에 이어 이날 언론ㆍ시민단체들과 연석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으며, 이 과정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미디어렙법이 총선 이후로 미뤄지더라도 조중동매 종편의 광고직거래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거세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서 합의안이 도출되면 29일이나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미디어렙법이 통과될 예정이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등은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과 야합하는 것”이라며 민주통합당의 행보를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문방위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연내 입법을 위해 당초 안에서 후퇴했지만, (한나라당의 안에 포함됐던) 이종매체간 크로스미디어 판매 허용은 폐기하기로 하는 등 성과도 있다”며 최악을 막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종편의 미디어렙 위탁 2년 유예에 양당이 일찌감치 합의한 후 최대 쟁점이었던 민영 미디어렙의 방송사 1인 최대지분 40% 허용마저 한나라당 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어서 당내 반발도 나온다. 민주통합당 정장선 의원 측은 “민영 미디어렙에 대한 방송사 지분 40% 허용은 직접영업과 다를 바 없다”고 우려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지주회사 SBS미디어홀딩스를 통해 자사 미디어렙을 만들어 1월1일부터 광고 영업에 나설 예정이던 SBS 행보에 제동이 걸린다. 또 여야 모두 MBC를 KBS EBS와 함께 공영 미디어렙에 넣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당장 지상파들의 직접 광고영업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민주통합당의 안이 상당히 미흡하지만 SBS 지주회사의 직접 광고영업 막아내고 MBC를 공영렙으로 묶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본다”며 “지역ㆍ종교 방송을 비롯한 중소방송의 붕괴 등 언론계 전체를 약육강식의 정글로 몰고 가는 걸 막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논평했다. 종편 직접영업을 반대해 온 언론노조는 추후 법안 개정 작업에 압력을 가해 이를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MBC는 광고영업 자회사 MBC미디어렙(가칭) 설립을 공식화했다. MBC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독점대행체제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3년간 합리적인 미디어렙법이 제정되기를 기다렸으나 여야가 종편은 미디어렙에 묶지 않고 MBC만 공영 미디어렙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수신료 없이 대부분 광고로 운영되는 MBC가 공영렙에 편입될 경우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과 자유로운 광고영업을 하는 민영ㆍ종편 방송의 틈바구니에서 고사할 것”이라며 독자 미디어렙 출범 정당성을 주장했다. MBC는 추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독자 광고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공영방송을 표방해온 MBC가 언론계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상업방송 SBS와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에 비판이 높다. 코바코 관계자는 “입법 논의가 막바지 단계인데 MBC가 SBS를 따라 자사렙으로 가는 것은 공영방송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MBC가 정체성 혼란에 빠져있다”며 “MBC에 대한 사회적 실망감이 큰 상황에서 어떻게 공영방송의 지위를 이어가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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