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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속도전 펴는 김정은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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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속도전 펴는 김정은 체제

입력
2011.12.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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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굳히기 속도전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열흘밖에 안 됐는데 그는 벌써 '태양'이고 '어버이'이며 '최고사령관'이다. '혁명무력의 최고 영도자''걸출한 사상이론가''불세출의 선군영장''혁명 위업의 계승자, 인민의 영도자'등의 수식 칭호도 최상급이다. 그는 단번에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 반열에 뛰어올랐다.

북한의 수령절대체제 시스템 상 당연한 수순이다. 김정은 개인의 역량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수령 자리에 오르는 순간 그는 인민의 어버이 역할을 해야 하며 관영매체와 선전선동기관은 그를 절대화하는 작업을 가동한다. 북한 주민들이 '29세 애송이'를 최고 지도자로 쉽게 받아들이겠느냐는 의문도 별 의미가 없다. 주민들 사이에 백두혈통 만경대 가문의 후계자를 당연시 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벌써 최고 지도자 지위 구축

이런 상황에서는 김정일 사후 과도기에 김정은을 대체하는 인물이나 세력이 부상하기 어렵다. 북한 권부 내 실력자들도 김정은에 대항하기보다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통해 이익 극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력들간 권력 암투가 있다 해도 김정은을 내세운 상태에서 그에 대한 충성 경쟁의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외적 상황도 김정은 체제에 불리하지 않다. 주변국들이 김정일 사후 한반도 안정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대 후견국으로서 가장 먼저 김정은 후계체제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고, 미국도 김정은 체제의 북한과 협상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러시아와 일본도 김정일 사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바란다는 점에는 입장이 다르지 않다. 우리 정부 역시 제한적이긴 하지만 조의 표시와 조문방문 허용을 통해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정은 체제는 이렇게 안팎 이중으로 지지를 받는 형세여서 조기에 안정된 기반을 구축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일부 기대대로 스위스에서 중학교 과정 유학 경험이 있는 김정은이 유연한 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김정일의 유훈을 받들어 주체혁명과 선군혁명 노선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한 노동신문 사설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선군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고 나라의 군사적 위력을 백방으로 강화해…'라는 대목은 김정은 체제를 상대로 한 비핵화 협상 전망이 밝지 않으리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6자회담 재개 자체는 어렵지 않을 수 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핵 협상 당시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 사망 3개월 후 협상을 타결했다. 김정은도 이 사례를 본받을 가능성이 있다. 아버지 생전에 상당한 진척이 이뤄진 북미대화를 진척시켜 멀지 않은 시기에 우라늄 농축 시설 가동 중단 등을 수용하면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영양 지원' 등 외부의 지원이 주어지면 김정은의 위상을 높이는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다.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궁극적 목표인 북핵 폐기는 김정일 시대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대미협상과 체제 보장용으로 김일성 시대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바탕엔 대외적 체제 위협에 대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이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면 아버지 시대보다 한층 취약해진 김정은 체제가 핵을 포기할 리 없다.

시간 갖고 선제ㆍ인내 대응을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 체제의 최대 과제도 인민생활의 향상이며 이를 위해서는 외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아버지 김정일은 핵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 차례 제한적인 경제관리 개선 등을 통한 인민생활 향상을 꾀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핵 문제 해결 없이는 경제난 극복에 충분한 외부지원을 얻어낼 수 없다는 점을 김정은이 깨닫게 해야 한다.

여기에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엄격한 상호주의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선제적 조치가 불안과 의심의 벽을 깨고 변화를 이끌어 낸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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