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폐족(廢族)'으로 몰렸던 친노 그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근거지인 부산ㆍ경남(PK)지역에서 정치적 부활을 꿈꾸고 있다. 친노 그룹의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내년 총선에 PK 지역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지역에는 이른바 '낙동강 벨트'가 형성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 지역 아성을 깨기 위해 부산발 '야풍(野風)'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26일 내년 4월 총선 때 부산에서 출마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ㆍ성ㆍ길' 3인방은 이날 부산과 서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구도를 깨기 위해 부산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문 이사장은 서부산의 공단 밀집 지역인 사상구, 문 대표는 북ㆍ강서을, 김 전 장관은 부산진을에 각각 출마할 예정이다.
문 이사장은 "내년 총선은 부산ㆍ울산ㆍ경남에서 승부가 난다"며 "변화를 호소하려면 저부터 풍덩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문 이사장은 변호사 사무실이 위치한 연제구 출마를 검토했으나 막판에 연고가 없는 사상구를 선택했다.
문 대표는 "수도권에서 출마하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지만 지역구도를 극복하는 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부산에 아무 연고가 없는 문 대표는 민주통합당의 전국정당화를 위해 '한나라당 텃밭'에 스스로 뛰어든 경우다. 문 대표가 출마하는 북ㆍ강서을은 노 전 대통령이 2000년 16대 총선에서 출마했다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곳이기도 하다. 부산 출신인 김 전 장관은 "두 사람의 출마 결심은 지역주의를 깨려는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 것"이라며 "부산ㆍ경남에서 15석 이상 얻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친노 그룹은 특히 낙동강을 중심으로 출마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강 동쪽에는 문 이사장과 문 대표, 서쪽에는 노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인 김경수 봉하재단 사업본부장(김해을)과 송인배 전 청와대 행정관(양산)이 진을 친 상태다.
김경수 본부장은 금주 중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4ㆍ27 재보선 당시에도 김해을 야권 단일후보로 거론됐지만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보선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과 격돌하게 된다.
이밖에 참여정부 출신의 최인호 전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과 전재수 전 청와대 제2부속실장이 각기 부산 사하갑과 북ㆍ강서갑에 출마할 예정이다. 최근 문 이사장과 함께 검찰개혁 관련 책을 집필한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출신의 김인회 인하대 교수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부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 이사장의 선거를 돕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편 친노 그룹이면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두관 경남지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부산ㆍ경남 지역 총선에서 야권이 약진하면 민주진보진영 대선 승리를 위해 나서달라는 요구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내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 나라를 경영하는 것은 도지사나 국회의원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선거 전략 관점에서 보면 민주진보진영의 대선후보가 비호남 후보로 규정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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