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이면 전국 곳곳에서 야생동물 먹이주기가 이뤄진다. 폭설에 먹이 부족으로 힘겹게 겨울을 나는 야생동물을 돕기 위해서다. 야생동물이 아사하지 않도록 돕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인간이 개입하는 먹이주기가 꼭 동물들에게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
겨울마다 한반도에 독수리가 모여드는 현상이나 지난해 울진 지역 산양이 집단 폐사한 사건은 굶주리는 야생동물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27일 밤 11시 20분 방송하는 EBS '하나뿐인 지구'는 실제 사례를 통해 야생동물 먹이주기의 명암을 짚어본다.
지난해 3, 4월 경북 울진에선 불과 두 달 사이에 멸종위기종인 산양 25마리가 굶어 죽은 채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산양의 뱃속에는 거친 나무껍질과 나뭇가지 부스러기만 가득했다. 먹이주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반대로 독수리는 겨울철 먹이주기의 대표적인 수혜자다.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먹이주기를 하는 한반도를 찾아 전세계 생존 개체수의 10분의 1이 이동한다. 그러나 구제역 파동 등으로 올해는 먹이주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 전문가들은 먹이주기로 인한 독수리의 밀집 서식이 집단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야생동물을 돕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경남 창원시는 2002년부터 철새도래지에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울진에서도 산양을 지키기 위한 생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야생동물에게 진정 어떤 것이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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