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주관한 고교생 채용설명회를 통해 6개 업체가 약 50명을 채용한다고 시가 발표했으나 이 중 단 1개 기업만 계획대로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4일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시청 13층 대강당에서는 '특성화고등학교 채용설명회'가 열렸다. 시내 78개 특성화고 학생 200명과 우리은행, 롯데백화점 등 6개 기업이 참여한 이날 설명회는 서울시가 주관하는 첫 고졸자 대상 채용설명회로 박원순 시장의 청년 일자리 창출 공약과 관련해 주목을 받았다.
서울시는 대학 졸업장을 중시하는 사회적 편견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설명회를 기획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서울시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우리은행이 10명씩을 채용하고, 중소기업 2곳이 7명을 채용해 50명에 가까운 채용이 이뤄졌다고 홍보를 했다.
하지만 한 달여가 지나 확인한 결과 채용설명회의 실제 채용 실적은 서울시의 당시 홍보 내용에 미치지 못했다. 또 채용조건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달라 항의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설명회에 참여한 6개 기업 중 계획대로 채용이 이뤄진 곳은 한 곳뿐이었다.
특성화고 학생 10명을 채용한다고 밝힌 롯데마트의 실제 채용인원은 2명이었으며, 역시 10명을 채용하기로 한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은 5명을 뽑았다고 밝혔다. 또 2명을 채용하기로 한 중소기업은 한 명도 선발하지 못했고, 5명을 채용하겠다고 한 다른 중소기업은 2명을 고용하는 데 그쳤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설명회 때 10명을 선발했는데 2명은 오지 않았고 6명은 준비가 덜 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에 채용이 안 된 6명은 소양교육을 했으며 내년 고졸 채용에 자동 응시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은 "지원자가 적어 예정만큼 뽑지 못했다"고 했다. 중소기업 2곳도 적격자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경우는 채용조건을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특성화고 취업 담당 교사는 "우리은행 인턴이 되면 2년 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인턴이 끝난 후 다시 심사를 하는 것이었다"며 "인턴십이 진행 중인데 아직 채용 규모가 정해지지 않아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의 취업 담당 교사는 "우리은행에 합격한 학생이 있었는데 2개월 인턴 후 고용이 종료될 수 있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갔다"고 말했다. 일부 교사와 학부모는 우리은행 채용조건이 처음 알려진 것과 달라 채용설명회를 진행한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에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각 학교에 채용 방침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많은 학생이 취업이 되면 좋겠지만 사기업의 채용을 일일이 통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턴으로 채용된 학생 일부가 그만 둔 것은 맞지만 고용 형태는 내부적으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9월 이미 공개채용을 통해 고졸 신입행원 85명을 선발했는데도 우리은행이 서울시의 예산을 관리하는 시(市)금고여서 서울시의 채용설명회에 무리하게 참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서울시의 고졸 채용 방침에 공감해 동참한 것으로 시금고인 사실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채용설명회를 통해 10명을 채용하기로 한 롯데백화점은 13명을 인턴으로 뽑았으며 인턴이 종료되면 10명을 정규직으로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성화고의 한 취업담당 교사는 "앞으로 시행착오를 줄여 학생들의 취업을 위한 기회가 계속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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