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체제의 핵심적인 후견인 역할을 맡고 있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대장 군복을 입고 등장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이런 장면에서 향후 김정은 체제가 군부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면서 고모부인 장 부위원장이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5일 김 부위원장이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는 장면을 전하면서 대장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의 장 부위원장 모습을 방영했다. 군복 차림의 모습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장 부위원장은 그 동안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당 행정부장 등 당에서 핵심 요직을 차지했지만 대장 칭호를 받은 적이 없다. 따라서 장 부위원장이 대장 계급장을 단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권력 공백을 막기 위해 북한 내부에서 서둘러 대장 칭호를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의 부인인 김경희 당 경공업 부장이 지난해 9ㆍ28 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대장 칭호를 받은 것과 맞물려 이들 부부의 섭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부위원장을 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하고 장 부위원장 부부와 군부 고위인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장 부위원장의 그간 인생은 굴곡이 적지 않았다. 32살 때에는 측근들과 함께 파티를 벌이다 좌천됐었고, 이후 2004년에는 측근의 호화 결혼식에 참석했다가'분파 조장'혐의로 또 다시 숙청된 경험이 있다.
김 위원장이 생전에 두 번이나 눈 밖에 난 장 부위원장에게 아들인 김 부위원장 후견인 역할을 맡긴 것은 일단 유일한 혈족인 김경희의 남편이라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사후 3대 세습의 정당화와 주민 사상교육 등 우상화를 위해서는 혈족 중심의 정통성을 지닌 인물이 앞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장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김 부위원장의 후계자 낙점을 건의한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김 부위원장이 2009년 1월 후계자 내정 이후 처음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에 선출됐으며, 지난해 6월에는 국방위 부위원장에 오르는 등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대북전문가들의 전망은 조심스럽다. 한 대북전문가는 "향후 두 사람 중심의 섭정체제가 부각될 움직임을 보이면 현재 김 부위원장 측근 그룹에서 전략적 동반자 역할을 하면서 군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리영호 군 총참모장 등이 그대로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아직은 장 부위원장 부부의 세력이 견고하지만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선까지 나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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