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남북이 새해 벽두에 내놓을 신년 메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임기 마지막 해이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겐 권력계승 첫 해이다. 남북 최고지도자의 신년 메시지는 양측의 내년 국정 운영은 물론 향후 남북관계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되는 셈이다. 북한은 매년 1월1일에 신년공동사설을 발표해 왔고, 이 대통령도 2일 신년연설을 발표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이 대통령의 신년연설 내용을 크게 바꾸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5일 "당초 청와대는 세계적인 재정위기의 영향이 내년엔 실물경제에서 나타날 것으로 판단하고 물가안정 등 경제운용을 중심으로 신년연설 내용을 다듬어 왔다"며 "하지만 김 위원장 사망으로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새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남북관계의 변화 필요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부는 김 위원장 사망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틀을 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대통령 신년연설에서 나타나는 남북관계에 대한 기본인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관계 기본 인식은 최근 발표된 정부 담화문의 연장선이 될 것"이라며 "5∙24 조치 해제 등 구체적인 조치들을 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 신년연설은 하루 전에 나올 북한의 메시지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다. 특히 남북관계의 경우 북한의 신년공동사설 내용에 따라 막판 수위 조절이 있을 수 있다. 정부는 최근 일반 민간 조문을 허용하지 않은 조치를 비난하며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듯한 북한의 태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부가 김 위원장 사망이란 돌발 변수를 신년공동사설에 반영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다 이미 유훈 통치에 나선 상황이어서 주목할 만한 대남 메시지를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뒤 6개월 만에 발표한 1995년 신년공동사설에서도 김 주석의 유훈과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을 뿐 특별한 정책적 변화는 없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은 유훈 계승을 강조하고 '김정은 영도체제'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룰 것"이라며 "남북관계나 대외정책에서 의미 있는 정책 변화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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