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 사람 몸에 자주 부대끼는 대상은 사람이기보다 가구다. 공간을 채우는 것 역시 가구여서 가구 디자인엔 건축적 사고가 개입되기 마련이다. 공간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이기도 한 가구 디자인 전시가 두 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 '절제미의 전통에서 실용을 찾다'展
반투명 가림막과 바닥에 붙어 있는 테이프가 'ㄷ'자 한옥을 형상화한다. 소파 식탁 소반 등이 한복 입은 여인네처럼 다소곳이 자리한 이곳엔 집 모양 철제 프레임까지 설치되어 있어 감상하는 작품이 아닌 생활 가구임을 알려준다.
21일 서울 태평로 삼성 플라토 미술관(구 로댕미술관)에서 개막한 아름지기의 기획전시 '가구展_절제미의 전통에서 실용을 찾다'에는 한국 전통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50여점의 가구가 출품됐다. 이미경 하지훈 오세환 캄캄 등 총 11개 팀이 제작한 가구는 대형 한옥과 중소형 아파트로 가정한 두 개의 전시 공간에 따로, 또 같이 배치됐다.
좌식 다실을 꾸민 하지훈씨는 소반의 다리를 나무가 아닌 채색 알루미늄으로 대체해 무게를 줄이고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보름달 모양의 나무 램프에는 간접 조명을 사용해 전통 등잔의 형태나 느낌을 살리면서도 현대적 미감을 더해낸 재치가 돋보인다.
간이침대와 소파를 제작한 조형석씨는 침대 평상 한쪽 면과 소파 팔걸이에 공간적 여유를 뒀다. 울퉁불퉁한 표면처리로 율동감과 함께 물건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기능성도 부여했다. 천연 목재를 담백하게 살리면서도 사람을 생각하는 배려가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색색의 천연 목재를 배치해 색동저고리를 연상케 하는 스툴(김선태 작)과 한옥집 기둥에 거는 기다란 거울 주련경에서 모티프를 얻은 옷걸이(주상현 작), 조선시대 갓에서 착안한 AV장(맺음 작) 등도 세련되면서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흥미를 끈다. 내년 1월 27일까지. (02)741-8376.
■ 네덜란드 디자이너 '요리스 라만 개인전'
"자연의 섭리는 내 작업의 원천"이라고 고백한 네덜란드의 가구 디자이너 요리스 라만(32)의 작품 23점이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 아시아 처음으로 전시됐다. 라만은 2008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 전시 '디자인과 유연한 정신'에서 본 체어(Bone Chair)와 본 체이즈(Bone Chaise)로 일약 스타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라만은 사람 뼈의 성장과 퇴화에 관한 독일 과학자 연구를 토대로 제작한 프로그램을 사용해 의자와 테이블을 디자인한다. 본래 자동차 부품 생산용 소프트웨어로 개발된 이 프로그램을 디자인 용도에 맞게 변형했다.
여기에 등받이 사이즈와 의자 재료, 사람의 표준 체중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뼈의 성장 속도를 계산해 가장 이상적인 의자를 디자인해 입체적 이미지로 보여준다. 보통 '스튜디오'라 부르는 작업실을 그가 굳이 '연구실'이라 일컫는 이유다. 라만의 연구실에는 10여명의 과학자 엔지니어들이 상주하며 그와 함께 디자인에 몰두하고 있다.
전시 개막에 맞춰 방한한 라만은 "과학자는 예술가의 정서적 창의성과 자유의지를, 예술가는 과학자의 규율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굉장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과정의 혁신과 더불어 신소재 연구에도 공을 들이는 라만은 최근 이탈리아산 대리석과 레진을 합성한 신소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내년 1월 20일까지. (02)735-8449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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