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 지구촌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에서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5일 가톨릭 신자 수천명이 모인 가운데 성탄 미사를 집전하고 기근과 홍수, 갈등의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교황은 "'아프리카의 뿔'에서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국제사회가 도와야 한다"며 "시리아의 유혈충돌이 끝나고 아랍의 봄이 인류의 공익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성탄전야 미사에서는 "성탄절이 상업적 축제가 되면서 하느님의 겸손함이라는 신비를 가리고 있다"고 개탄한 뒤 "성탄절의 피상적 화려함과 계몽적 이상을 넘어 하느님의 겸손을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밤 아기 예수의 탄생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들레헴의 예수탄생 교회에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순례자와 여행객들이 모여 예수 탄생을 축하하고 평화를 기원했다. 외국인과 아랍의 기독교인을 포함, 약 10만명이 베들레헴을 방문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3만명 정도 많은 것이다. 이 자리엔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도 함께 했다.
영국 런던에서는 반월가 시위대가 세인트폴 대성당 밖에 캠프를 차리고 성탄 미사에 참석했다.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그리스 아테네의 산타클로스 우체국에는 문을 연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실직 가족에게 일자리를 선물로 달라는 편지들이 접수됐다. 계속되는 파업으로 아크로폴리스 등 그리스의 주요 관광지는 성탄절에도 문을 닫았다.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서는 25일 수도 아부자 부근 마달라의 성 테레사 성당에서 폭발이 발생해 최소 25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같은 날 조스의 성당 등에서 3건의 폭발이 발생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과격단체 보코하람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보코하람은 22, 23일에도 북부지역 기독교 교회 건물 등에 폭탄테러를 가해 민간인을 포함, 최대 100명이 숨지게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25일 한 장례식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하원의원을 포함해 최소 19명이 사망했다.
예멘에서는 정부군이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에게 발포해 9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살레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건강검진을 위해 미국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자살 폭탄 테러 희생자 44명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16일 강력한 열대성 폭풍우 와시로 인해 2,000명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된 필리핀 민다나오섬 주민 수만명은 대피소에서 구호식량으로 슬픈 성탄절을 보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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