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별 이유 없이 칭얼거릴 때 엄마는 참 당황스럽다. 특히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공공장소나 조용한 실내에선 얼마나 난감한지 모른다. 무턱대고 화를 내기도 그렇고, 참으라 하기엔 46개월이니 너무 어리다. 수 차례 난감했던 경험 끝에 나름 방책을 찾았다. 바로 사탕이다. 단 것 많이 먹으면 좋을 리 없는 거 알지만 그래도 급할 땐 사탕만큼 특효약이 없다. 가방에 넣고 다니다 난감한 순간에 입 안에 쏙 넣어주면 금세 조용해지니 말이다.
음식에서 단맛을 내는 성분은 당(糖)류다. 당류는 몸 안에서 분해돼 에너지를 낸다.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단맛을 찾도록 진화해왔다. 단 걸 먹어도 금방 또 먹고 싶어진다. 우리 혀는 쓴맛에 비해 단맛에 좀 무디다. 쓴맛은 아주 적은 양이라도 감지하고 오래 가지만 단맛은 어느 정도 지나면 사라진다. 그래야 계속해서 당을 섭취하며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으니 이 역시 생존을 위한 진화의 전략이다.
당이라고 해서 설탕만 떠올리면 오산이다. 설탕 말고도 엄청 많다. 당류를 구분하는 기본적인 기준은 감미도다. 예를 들어 설탕의 감미도를 1이라고 했을 때 사카린은 300~500 정도다. 맹물에 넣었을 때 처음 단맛이 느껴지는 농도가 사카린이 설탕의 300분의 1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사카린이 설탕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도 단맛을 낼 수 있다. 반대로 치약이나 빵에 들어가는 솔비톨이란 당은 감미도가 0.7~0.8로 설탕보다 작다.
감미도와 함께 감미질도 당류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 말티톨은 단맛이 입안에 오래 남지 않고 산뜻하며, 자일리톨은 뒷맛이 싸하다. 말티톨을 주로 사탕에, 자일리톨을 껌에 넣는 이유다. 아스파탐은 단맛이 유독 오래 남는다. 분자 크기가 설탕의 약 200분의 1밖에 안돼 입안 구석구석 들어가 잘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감미도나 감미질을 느끼는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같은 양의 당을 넣어도 누구는 달다 하고 누군 심심하다 한다. 또 누구는 뒷맛이 쓰다 하고 누구는 그런 느낌 모르겠다 한다. 혀에서 당 분자와 달라붙어 단맛을 감지하게 하는 단백질의 수나 결합력, 민감도 등이 사람마다 달라서일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식품회사들은 원하는 단맛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당을 섞거나 새로운 당을 찾아내기도 한다. 최근엔 우유에 소량 들어 있는 타가토스처럼 설탕과 감미도는 비슷하지만 열량은 낮고 혈당(피 속 포도당)이 높아지지 않게 하는 기능성 당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물질이 아니라고 결론 내린 사카린도 내년부터 국내 일부 식품에 사용이 허가된다는 소식이다. 식품에 쓰이는 당류는 점점 많아지는데, 정작 우리 아이가 어떤 당을 얼마나 먹고 있는지 엄마로선 알 길이 없다. 발암물질만 아니면 되는 건 아닌데.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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