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해체까지 딱 5일 남았다. 아테네올림픽 은메달의 영광도, 영화 '우생순'(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의 감동도 더는 기댈 언덕조차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 올해 말로 해체되는 용인시청 여자핸드볼 선수단의 안타까운 사연이다.
용인시청 핸드볼 선수단은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심정으로 청와대의 문을 두드렸다. 팀 해체를 막아달라는 간절한 호소였다.
용인시청 핸드볼팀은 지난 23일 김운학 감독과 선수단 14명의 이름으로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용인시청 핸드볼 팀을 살려주세요'라는 장문의 편지를 띄웠다. 선수단은 "용인시청 핸드볼팀이 해체되면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여자 핸드볼의 앞날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어려서부터 핸드볼 한길만을 고집해온 젊은 선수들과 지도자의 앞날에 치명적인 손실이다"고 밝혔다. 선수단은 또 "우리는 전 국민과 경기도, 용인시의 관심과 사랑, 희망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거듭 죄송한 마음과 함께 용인시청 핸드볼 팀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해 드리오니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애원했다.
김운학 감독은 25일 "시에서는 국비나 도비 지원, 또는 기업 인수를 원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어 답답한 지경"이라며 "오죽했으면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을 올릴 생각을 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 동안 용인시청 핸드볼팀은 '시한부 인생'과 같았다. 용인시청은 재정 건전화를 이유로 2010년말 시 소속 전체 22개 운동부 가운데 핸드볼을 포함한 12개 종목을 지난 6월 말 해체하기로 했다. 그러나 용인시청 핸드볼팀이 올해 상반기에 열린 코리아리그에서 정규리그 2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키며 화제를 뿌리자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용인시청은 사실상 지원이 끊긴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연일 강팀들을 물리쳐 '제2의 우생순'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해체를 반대하는 여론 속에 대한핸드볼협회와 경기도협회, 핸드볼 영화 '우생순' 제작사인 명필름 등에서 하반기 운영비 6억원 가운데 3억원을 지원해 올해 말로 해체 시기가 6개월 미뤄졌다.
하지만 용인시는 더 이상 여자 핸드볼팀을 운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운영비의 절반을 외부에서 지원 받을 방안이 마련돼야 핸드볼팀의 존속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1년 내내 직장이 없어진다는 불안감을 느낀 선수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이제는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다는 것이 선수들의 솔직한 마음이다.
팀을 이끌고 있는 김운학 감독도 가슴이 찢어진다. 선수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힘들 정도다.
용인시청 핸드볼팀은 국가대표 출신이 8명이 소속된 강팀이었지만 해체 위기 속에서 선수단 규모가 15명에서 12명으로 줄었다. 최근에는 어수선한 분위기로 인해 훈련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도 자포자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훈련도 웨이트 트레이닝만 겨우 하고 있다.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선수도 몇 명이 된다. 내가 스카우트를 해서 데려온 선수들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아직 5일이라는 시간이 남았다"면서 "팀 해체를 막기 위해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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