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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월 두 번째 소설집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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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월 두 번째 소설집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입력
2011.12.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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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전세값 상승으로 올해 파주로 집을 옮겼다는 김미월(34)씨는 수수한 옷차림에 두툼한 털 목도리를 두르고 나왔다. 진한 립스틱도, 명품 가방이나 액세서리도, 알싸한 향수도 없으니 첫 눈에 띄는 스타일이 아닌 것은 분명한데, 인터뷰 내내 진하게 다가온 것은 일급수의 느낌을 주는 맑은 웃음이었다. 흡사 그의 문장과 이야기를 닮았다고 할까. 그의 소설이 보잘것없는 인물을 다루지만, 그네들의 속살을 통해 패션 밑에 감춰진 몸의 온기를 전하는 것처럼.

그의 두 번째 소설집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창비 발행) 속 등장인물은 하나 같이 남루한 삶을 살아가는 세상의 주변인들이다. 하루 아침에 해고되거나 아예 취업을 못하거나, 또는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모르고 살아가는, 우중충한 회색 거리의 사람들이다. 표제작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의 이런 구절처럼. "(그는) 서점 베스트셀러 진열대 뒤 구석에 꽂힌,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이었다. 엄연히 존재하지만 아무도 입어주지 않는 옷이고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노래였다. 그것을 알아버린 순간부터 그는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꿈이 꾸어지지 않았다."(25쪽)

9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일별하면 이렇다. '아무 것도 되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찾는 가난한 여고생, 시민들이 공원을 원치 않아 직장을 잃게 되는 시민공원 관리사무소 직원, 언제 잘릴까 노심초사하는 어학원 강사, 언제 한국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불법체류자…. 초단위로 반응하는 초감각의 스피드 사회에서 아무도 눈 여겨 보지 않는 우리의 이웃이다. 달리 할 말도 없고 달리 할 일도 찾지 못해 꿈마저 잃은 이들인데, '현기증'의 주인공은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달리'라고도 부른다.

김씨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지만 그 삶 속에 제 나름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들 역시 36.5도의 체온을 가진 인간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작가가 복원한 그 삶의 표정이 '어리둥절함'으로 요약된다는 점이다. 다들 나름대로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지만, 언제나 세상에서 비껴 나고 말아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리둥절해 하는 것이다. '현기증'에서 '달리'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우리가 아니어도 자넬 원하는 회사가 얼마든지 많이 있을 걸세'라는 말만 듣고 해고 당한 뒤, 어리둥절함 속에서 이 비슷한 말을 들었던 옛 기억을 찾아 나선다. 표제작에선 출판사 편집자인 진수가 베스트셀러 시인에게 횡포를 당하고 그의 속물성까지 목격하고는 삶의 공허와 곤혹스러움에 직면한다. 볼품없어 보이는 김미월의 인물들은 따지고 보면 세상의 차가운 질서에 속절없이 당하고 마는 순박한 인물들. 오히려 그렇기에 그들이야말로 세상의 질서가 무엇인지 순수하게 물을 줄 아는 이들이다.

그의 소설이 아무리 우울하더라도 희망과 긍정성을 잃지 않는 것도 이런 어리둥절한 순수함 때문이다. 앞서 낸 장편소설 <여덟번째 방> 으로 올해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했을 때 심사위원들은 "젊은 세대의 힘겨운 삶과 고뇌를 심도 있게 탐구하면서도 절망에 사로잡히지 않는 경쾌한 긍정의 세계관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를 리얼리즘 정신의 정수라고 본다면, 김씨가 그것을 제대로 이어 받았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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