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생전 마지막으로 시찰했던 평양시내 대형마트의 에스컬레이터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성지화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 등 외신들이 22일 보도했다.
CSM은 "김 위원장 사망 후 주민들이 공공장소나 학교, 공장에서 대성통곡하거나 흐느끼는 모습을 보아왔지만 에스컬레이터가 성지로 변한 것은 북한의 개인 우상화 중 가장 특이한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사망 이틀 전인 15일 당 지도부를 대거 동원한 채 개점을 앞둔 평양의 대형 마트인 '광복지구상업중심'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제일 앞에 서 있고 그 뒤로 여동생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 겸 정치국 위원과 후계자인 김정은,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 박도춘ㆍ최룡해ㆍ문경덕 당 비서, 주규창 당 부장, 리재일ㆍ박봉주ㆍ한광상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이 뒤따르고 있다.
범유럽권 뉴스채널인 유로뉴스도 북한 주민들이 애도를 표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에 모여있는 영상과 사진을 내보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흐느끼던 북한 여성은 영상에서 "장군님이 에스컬레이터를 다시 탈 수 있다면 우리가 얼마나 기쁠지 모르겠다"며 "장군님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고 목소리가 아직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로뉴스는 "김 위원장이 마트를 방문한 정확한 시각은 알 수 없지만 그가 탔던 에스컬레이터가 북한 역사상 성지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 사진이 너무 흥미로워 독자들이 직접 사진 설명을 써넣는 콘테스트를 실시했다고 CSM은 전했다. 데일리메일은 김정일과 수행원들이 한결같이 무표정한 것에 주목해 "김정일은 확실히 식료품 쇼핑을 즐기지 않았다"는 설명을 달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사진이 북한 차기 권력 순위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 뒤에 서 있는 김경희와 장성택이 김정은을 이끌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대형마트의 전신이 평양 제1, 2 백화점과 함께 북한의 3대 백화점으로 꼽혔던 광복백화점이라고 소개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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