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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한성준 전통춤은 경기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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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한성준 전통춤은 경기류인가

입력
2011.12.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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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해가 마무리 되고 있다. 올해는 연말까지 분주한 나날이었다. 특히 근대 공연예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전통무악의 거장 한성준(1874~1941) 선생의 서거 70주기 학술심포지엄 준비로 더욱 바빴다. 한성준의 생애와 예술세계, 춤정신과 예술사적 업적을 조명하는 학술심포지엄이 21일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한성준 서거 70주기를 맞는 산술적 의미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그가 남긴 기념비적 업적에 있다.

한성준은 전통시대 전형적인 광대의 모습을 표상하는 인물이다. 충남 홍성의 세습무가 출신으로 8세 때 춤과 장단, 줄타기 등 민속예능을 익히고 내포 일대에서 활동하다가 서울무대에 입성해 당대 최고의 명고수로 명성을 얻는다. 30년대 후반 국악인들의 최대 조직인 조선성악연구회 이사장으로 뽑힌 점은 그의 위상을 잘 말해준다.

무용사에서의 업적은 더욱 뚜렷하다.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의 이행기, 민간에 흩어져 있던 전통춤을 집대성하고 서구식 극장무대를 통해 예술적 양식화를 모색했다. 그가 집대성하고 양식화한 춤이 무려 100여종목에 달한다는 기록도 있다. 30년대 후반에는 전통예능교육의 산실인 조선음악무용연구소를 설립해 전통춤 교육의 전수체계를 마련하고 한영숙, 강선영, 김천흥, 이동안 등 기라성 같은 춤꾼을 배출했다. 신무용가 최승희, 조택원도 그에게 창작의 원천을 제공받아 세계적 무용가로 우뚝 섰다. 한마디로 우리 춤의 뿌리이자, 근원이요, 아버지인 셈이다.

한성준이 창안한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학춤 등은 오늘날 한국 전통춤의 최고 백미로 손꼽힌다. 후계자로 낙점된 손녀딸 한영숙(1989년 작고)이 '승무'(제27호)로, 또 제자 강선영이 '태평무'(제92호)로 인간문화재 반열에 올랐다. 특히 한성준의 승무는 60년대 후반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경기류 춤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한영숙과 목포 출신 이매방의 승무가 함께 지정되면서 경기류, 호남류로 등식화된 때문이다.

그동안 전통춤의 유파는 학술적 검토나 논증없이 무형문화재제도 틀 속에 편의적으로 분류돼온 감이 없지 않다. 경기류, 호남류라는 이분법에 편승돼온 것은 문제가 있다. 춤의 유파 형성의 준거는 지역적 개념과 출신성분에 따른 전승맥락에서 찾아진다. 한성준은 지역적으로 충남 홍성의 세습무가 출신으로 내포 일대의 이름난 광대, 창우들에게 춤과 장단, 줄타기 등 다양한 민속예능을 체득하고 재인청에 소속된 전문예인집단과 결속해 소위 백제문화권에서 활동한 흔적이 두드러진다. 특히 중고제 국악명인들과의 연대활동을 통해 지역의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예능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따라서 그의 춤은 경기, 충청권을 아우른 중부류로 봐야 한다.

그의 춤이 중부류라는 진단은 춤의 생성배경과 미학적 경향성을 보면 더욱 자명해진다. 한성준을 시조로 하는 태평무는 원래 충청도 서해안 당굿에서 발원된 춤으로 30년대 후반 창작 당시엔 한영숙과 강선영 2인무 형식이었다. 충남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심화영 승무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한성준 승무(한영숙 보유)가 미학적으로 유사한 특질을 보인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성준 춤=경기류'라는 오류 속에 오랫동안 묻혀있던 그의 춤이 환생하여 지방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있다. 전통문화유산을 발굴해 자원화하려는 지방정부의 실적주의와 문화재를 향한 춤꾼들의 그릇된 욕망, 그리고 전문성을 무기로 한 지식엘리트들의 동참이 빚어낸 결과다. 전통춤 유파에 대한 해석은 지역성과 출신배경, 시대적 변천에 따른 달라진 전승환경 및 제도의 변화 속에서 재논의되어야 한다.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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