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발생한 구제역 사태로 대규모 살처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비한 기준과 허술한 조사로 인해 보상금 85억원이 과다 산정ㆍ지급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3일 공개한 '구제역 방역 및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A축산계열화법인 계열 5곳의 경우, 수탁 농장 64곳에서 살처분 두수(頭數)와 체중을 부풀리는 수법 등으로 보상금 51억여 원을 과다 산정했다. 경기 포천에서는 공무원이 농장주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두수가 제일 많은 돼지우리를 표본으로 선정한 뒤 전체 돼지우리 수를 곱해서 살처분 두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일부 시ㆍ군에서 살처분을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농장주 등의 진술에만 의존해 살처분 돼지의 두수, 체중 등을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는 사용기한이 남은 130만 마리 분의 백신을 폐기해 7억4,000만원의 예산을 낭비한 사실도 드러났다.
농식품부의 부실한 방역대책 및 사후관리 등도 감사에서 지적됐다. 백신과 항원 비축 업무를 담당하는 검역본부는 백신의 효능과 기준을 제한적으로 적용해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제역 발생농장에서 7일 전에 출하ㆍ도축된 지육(가축의 머리와 발 내장을 제거한 고기)은 회수ㆍ폐기해야 함에도 일부가 유통된 사실도 확인됐다.
문화재 보호구역이나 학교정화구역 내에 매몰지를 조성하거나 매몰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하수 관정(管井)을 대상으로 수질조사를 실시하는 등 매몰지 관리도 허술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초기 대응은 물론 방역, 사후관리 등 모든 과정의 총체적 부실이 구제역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5월18일부터 7월1일까지 농식품부와 전국 75개 시ㆍ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결과를 이날 발표하고, 관련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축산정책관 등 7명에 대해 농식품부 장관에게 징계를 요구하고 방역 업무 등을 소홀히 한 시ㆍ군에 주의 등의 조치를 취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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