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입니다. 한동안 출판기념회가 줄줄이 이어지더니 이제는 예비후보 등록으로 금배지 지망생들의 이름이 난무합니다. 저마다 "정치는 생물"이라며 여의도 입성을 자신합니다. 이맘때쯤 정치 신인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언론홍보일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데다 발로 뛰며 명함을 돌려도 자신을 구석구석 알리기란 여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문에 자신의 이름 석 자라도 보이면 눈이 번쩍 뜨인다고 합니다. 문제는 있는 그대로 써 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모양입니다.
"신문에서 나를 소개하는 건 고마운 일인데 왜 뜬금 없이 '현 정권 실세 000의 학교 후배'라는 사족을 다는지 모르겠어. 게다가 내가 출마하려는 지역도 엉뚱한 곳을 써 놨어. 기자가 기사를 쓰기 전에 내게 전화로 한 번만 확인했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말이야…."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지인이 어느 날 볼멘소리로 하던 말이었습니다. 해당 신문은 한국일보가 아니고 다른 일간지였습니다. 지인은 그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이의를 제기하고, 인터넷 기사라도 정정해 달라고 사정했습니다. 뒤늦게 인터넷에서 그 오류는 수정됐습니다. 어디 이런 일이 그 지인뿐이겠습니까?
기자가 악의를 갖고 그렇게 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기사의 흥미를 위해, 그런 가십성 내용을 끼워 넣었을 것입니다. 또 마감시간에 쫓기고 당사자의 전화번호도 못 찾다 보니 인터넷에서 검색해 적당히 짜깁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정치 신인은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는 새 정치의 꿈을 알리기도 전에 친박이니, 친이니, 000라인이니, 000계니 하는 식으로 낙인 찍혔고, 출마 지역구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철새 신인'으로 비쳐지게 되었습니다. 왜곡된 기사 때문에 초반 이미지 구축에 타격을 입은 셈입니다.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면 이런 일이 더 자주 벌어질 것입니다. 취재 인력은 적은데 출마자는 1,000명이 넘으니 후보자의 신상을 일일이 확인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여기다 일부 후보는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해 '증권가 찌라시' 수준의 역정보도 흘릴 것입니다.
기자는 난무하는 정보 속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왜곡된 기사는 개인의 명예훼손은 물론 참신한 정치를 바라는 우리 사회의 꿈마저 앗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국가로 봐서도 손실입니다.
그래서 한국일보는 선거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두고 중립적이고 정확한 보도에 힘쓰고 있습니다. 낡은 정치를 바꿔보려는 시대정신에 걸맞게 이제 신문사들의 선거 보도도 예전과는 달라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야 편향되고 왜곡된 보도가 나도 항변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속으로 끙끙 앓는 후보들의 말 못할 고충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허경회 02-724-2446, bige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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