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신규 원전 후보지로 선정된 경북 영덕군과 강원 삼척시에서는 "발전소 건설에 따른 경제효과로 지역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게 됐다"는 찬성론과 "핵정책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교차했다.
영덕군은 이날 오전 한국수력원자력의 입지선정 발표가 나오자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김병목 영덕군수는 "영덕 원전을 통해 지역 발전을 앞당기고, 정부 차원에서도 인근 울진 원전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원전 예정지인 영덕군 매정1리의 고용태(76) 이장은 "곳곳에 원전 유치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며 "사람이 떠나는 영덕에서 돌아오는 영덕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덕군은 특히 그 동안 유치 반대에 앞장섰던 강구항 일대 상인들이 원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점에 고무돼 있다. 대게 전문식당을 운영하는 박모(52)씨는 "원전 건설로 사람이 넘쳐나고 지역 경기가 되살아 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영덕 핵발전소 유치 백지화투쟁위원회' 등 반핵단체들은 여전히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을 즉각 중단하고 핵 정책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강원 삼척에서는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엇갈려 후유증이 예상된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놓고 지역사회가 분열됐던 2005년 8월의 혼란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척시와 삼척원자력발전소 유치위원회가 이날 "원전 유치를 통해 6조원에 이르는 정부지원과 20조원 가량의 경제효과를 불러와 삼척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반색하자,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 투쟁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박홍표 투쟁위 상임대표는 "주민투표 약속도 지키지 않는 등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고 위험천만한 원전 유치를 강행한 삼척시장과 지방의원들에 대한 주민소환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최문순 강원지사가 "국민적 합의가 부족하고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확대하려는 정책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삼척시민들의 반응도 찬반으로 엇갈렸다. 남양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62)씨는 "낙후된 지역발전의 위해 원전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힌 반면, 어민 남모(63ㆍ여)씨는 "지금도 난개발로 어획량이 줄었는데 환경을 파괴하는 핵발전소마저 들어서면 어떻게 생계를 꾸려가야 할 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영덕=이정훈기자 jhlee01@hk.co.kr
삼척=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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