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보는 마음 틀'로 풀어 본 한국의 풍수
땅과 마음 / 운홍기 지음
퇴계로, 충무로, 을지로…. 서울을 거닐다 보면 위인의 호(號)를 따서 부르는 길이 적지 않다. 저자는 이러한 길 이름 짓기가 서양의 영향을 받은 거라고 말한다. 서양에선 땅이나 길에 개인의 이름을 붙이는 일을 영예롭다고 여겼다. 그래서 알렉산더 대왕은 점령한 지역의 도시를 자신의 이름을 딴 알렉산드리아로 불렀다. 반면 한국에선 자손이 조상의 이름을 부르는 일을 불경스럽다고 생각해 피했다. 이순신을 이름 대신 호를 딴 충무로라 부르는 건 이러한 전통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있단 얘기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환경학부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고안한 '지오멘털리티(geomentality)'라는 개념으로 한국의 풍수를 풀어간다. 지오멘털리티는 '땅을 보는 마음 틀'이란 뜻이다. 각 민족과 공동체는 자신들이 겪은 역사와 환경에 따라 땅을 생각하는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국 풍수의 기원, 풍수가 품고 있는 환경사상, 대동여지도에 스며있는 풍수지리의 영향 등 다양한 주제가 눈길을 끈다. 사이언스북스ㆍ416쪽ㆍ2만원.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지난 7년간 우리 헌법의 변화된 풍경 담아
헌법의 풍경 / 김두식 지음
2004년 출간된 <헌법의 풍경> 의 개정증보판. 출간 당시 검사 출신 법학 교수가 쓴 교양서로 소개된 이 책은 헌법 정신, 기본적 인권의 문제, 진술 거부권 등을 알려줌으로써 보통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본 권리를 알고 스스로 지키는데 도움이 됐다. 저자가 체험한 법조계 어두운 현실을 밝히고 법률가들의 특권을 비판하면서 7년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헌법의>
저자는 개정판 서문에서 "법학은 늘 변화하는 학문"이지만 "법이 저 멀리 '전문가의 세상'에 존재하는 '그림의 떡'처럼 느껴지는 상황이 본질적으로 개선되지는 않았다"고 말하며, 지난 7년간 변화된 우리 헌법의 풍경을 담는다. 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해서 원형 경기장 아레나(arena)의 문화만 남은 안타까운 토론 현실을 돌아보고, MBC 'PD수첩' 사건을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 하에 위협받고 있는 '말할 자유'에 대해 우리 법률에 명시된 권리를 소개한다. 로스쿨 도입에 따른 변화와 곽노현 교육감 사건 이후 논란이 된 '무죄추정의 원칙'도 소개한다. 352쪽ㆍ돌베개 발행ㆍ1만4,000원.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사역사적 인물 등 다룬 다큐멘터리 만화 모음집
람 사는 이야기 / 최규석 등 지음
농번기에 시골서 품 팔며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산동네에 사는 영우가 키우던 도사견에 물려 죽은 실화를 다룬 '철망 바닥'(최호철 지음) 등 다큐멘터리 만화 모음집. 최규석 작가의 '24일 차'는 삼화고속 노동자들의 고달픈 현실을, 이경석 작가의 '단돈 5만원'은 경비업체에 있는 친구의 호출로 일당 5만원의 철거 아르바이트에 동원되었던 경험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청춘은 아름다워'(최인수) '열심히 살자'(박혜성)에서는 이 시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거나, '따뜻한 사람, 체'(남문희)처럼 역사 속의 인물ㆍ사건을 다룬 만화도 있다. '만화와 기록문학의 만남'을 목표로 휴머니스트가 시도하는 다큐멘터리 만화 첫 번째 권. 서구와 일본의 다큐멘터리 만화를 소개하며 만화평론가 박인하씨가 이 책에 쓴 대로 "역사의 가장 절실한 순간을 찾아"가 전해 주는 감동이 만만치 않다. 휴머니스트ㆍ312쪽ㆍ1만5,000원.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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