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국민들은 이례적이다 싶을 정도로 안정적인 일상과 심리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정세 불안정에 따른 우려로 국민들이 동요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측에서 크게 벗어났고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라면 등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던 것과도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현상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북한을 위협적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들은 지금 북한 체제가 너무나 약해 북한이 도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그런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두려움과 불안은 상대를 잘 모를 때 생기는 감정인데 지금은 북한에 대한 정보가 과거보다 많아져 막연한 두려움이 거의 사라졌다”며 “또 북한 문제를 단순히 남북관계가 아닌 미국 중국 등 국제 관계 속에서 바라보는 판단력도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연평도 포격, 천안함 사태를 거치며 북한 관련 충격에 ‘내성’이 생겼다는 분석도 많다. 이지수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는 “연평도나 천안함 사태는 갑작스럽게 터져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점점 충격을 덜 받게 됐다”면서 “북한 변수에 대한 국민들의 역치(일정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최소 자극량)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들을 비롯해 국민들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걱정이 커 북한 문제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현택수 교수는 “젊은이들은 당장 자신의 취업과 학업 등 생활의 문제가 급해 결국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결정할 북한문제에는 둔감하다”고 말했다. 이지수 교수 역시 “지금 경기가 침체돼 있어 국민들이 북한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특히 젊은 층에게 북한 문제는 여러 관심사 중 하나일 뿐이어서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도 다소 무심해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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