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 3개월 전인 올해 9월부터 건강 악화 징후가 있었고, 북한 내부에선 그때부터 치밀한 사후 대책 준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베이징(北京)의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올해 9월 27일 헝가리, 프랑스, 중국 등의 저명 의사들이 베이징을 거쳐 고려항공을 통해 평양에 대거 입국했다. 한 소식통은 “의사들은 모두 심장질환 전문의로 북한의 요청을 받아 서둘러 입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외국 의사들이 북한 고위 인사를 치료하기 위해 평양으로 들어갔다는 얘기가 단둥에서도 돌았다”며 “그러나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에 이어 현지 시찰을 활발하게 하던 때여서 다른 인사의 건강에 문제가 있던 것으로 추측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지나고 보니 김 위원장의 건강이 러시아 방문 직후인 9월부터 나빠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매체들도 김 위원장의 동정을 한동안 내보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9월 11일 북한의 전국여맹예술소조 종합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한 뒤 같은 달 23일 촘말리 사야손 라오스 대통령과의 회담 소식을 전할 때까지 10일간 그의 동정을 일절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9월 12~16일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가 이끄는 투쟁민주당 대표단과 회담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대표단은 방북 기간 최태복 조선노동당 서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만 면담했다. 투쟁민주당의 안드레아스 바레 부대표는 “김 위원장과 회담하기 위해 선물까지 준비했으나 김 위원장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회담이 취소됐다”며 “그러나 북측 관계자로부터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이 11, 12월 두 달간 수차 현지 시찰을 한 것으로 보도했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를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 기사를 내보냈을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의 뚜렷한 건강악화 징조가 9월 시작됐다고 가정할 때 북한 내부에선 이미 당시부터 사후 대책을 치밀하게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단둥ㆍ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