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이 북한을 변화시킬 기회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기 힘든 만큼 동맹인 한국과 일본,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일부는 미 행정부의 신중한 대북 접근과는 달리 거친 표현으로 북한을 공격하며 강경책을 주문했다. 대선주자들의 발언은 한반도 현안과 북한에 대한 시각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화당 후보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김정일을 “주민의 굶주림 속에 호화생활을 한 잔인한 독재자”로 칭하고 “미국은 동맹국과 함께 북한을 변화시켜 지역 안정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비군사적인 방법에 의한 정권교체를 바란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획득하려는 한 미국은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어떤 위협을 가할지 모르기 때문에 미국은 더 강력한 국방력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주중대사를 지낸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는 “북한 주민에게 비극의 막이 종료됐다”며 “김정일 사망이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나, 길게 보면 수십년 만에 정치개혁을 단행할 최상의 기회”라고 CNN 방송에 말했다. 그는 “중국이 1976년 마오쩌둥 주석 사망 이후 덩샤오핑이 중국을 개방하는데 2년밖에 걸리지 않은 점을 상기해야 한다”며 후계자 김정은이 서방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점에 기대를 나타냈다. 대선주자 중 가장 구체적인 발언을 한 헌츠먼은 “한반도 안정 구축을 위해 미 행정부와 군의 현명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도 “상황이 효과적으로 조율된다면 김정일 사망은 한반도 통일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은 중국과 협력해 북한을 평화적으로 ‘자유 한국’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아시아의 동맹, 특히 한국에 대해 안보 공약 이행을 강조하고, 태평양 지역에서 강력한 군사ㆍ외교ㆍ경제적 위상을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은 “김정은 역시 억압정치를 펼 것”이라며 북한을 포함해 테러지원 의혹을 받는 국가들을 “미사일을 배달하는 월마트”에 비유했다. 바크먼은 “이들이 중국과 함께 이란에 미사일 기술을 전달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북한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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